광복절 성주군민 908명 ‘사드철회’ 단체삭발
광복절인 15일 경북 성주에서 1,000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단체로 삭발했다.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는 17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간담회를 가진 후 18일 주민설명회를 열기로 하면서 이날이 사드배치를 둘러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5일 오후 4시 성주군 성밖숲공원에는 흰 두루마기에 갓을 쓴 유림 6명 등 주민 908명이 행사용 플라스틱 의자에 빼곡히 앉은 가운데 150명의 이ㆍ미용사들이 바리깡을 들고 삭발에 나섰다. ‘애국가’와 ‘고향의 봄’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진행된 삭발식은 30분 만에 끝났다. 당초 이 행사는 광복절에 맞춰 815명이 참가하기로 했으나, 신청 주민이 많아 인원이 늘어났다.
성주청년유도회 김정수(55)씨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머리카락을 훼손하는 것이 죽을 만큼 큰 죄지만 사드가 목숨을 걸 일이기 때문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투쟁위는 집단삭발식을 주도하면서도 17일 오후 2시 성주에서 한 국방장관과 간담회를 갖는 등 정부와 대화창구는 열어놓기로 했다. 한 장관은 이날 대군민 호소문을 통해 군사보안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군민들이 요구한 사드배치 지역 평가표와 시뮬레이션 결과 등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투쟁위는 이날 간담회 안건에 ‘제3후보지’는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국방부가 주민 희망을 전제로 검토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성주에는 지난 9일 안보 및 보훈단체들이 사드 제3후보지 배치 검토를 주장하고 나선 후 ‘제3후보지 공론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투쟁위와 주민 간 간담회가 열리는 18일 성주에서는 ‘제3후보지’ 검토를 둘러싼 격론이 예상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제3후보지 검토’ 발언이 나온 후 여론에 거론된 염속산과 까치산에 이어 롯데스카이골프장도 답사, 대체 부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곳은 당초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던 성산포대보다 300m가 높은 해발 680m에 위치한데다 골프장까지 도로가 나있어 접근성도 뛰어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염속산 등 제3부지와 관련된 보도가 이어져왔으므로 실무차원에서 (롯데스카이골프장을) 비롯한 관련 현장을 다녀온 바는 있다”면서도 “사드 배치 제3부지 관련 보도로 불필요한 오해가 야기되고 있는 만큼 지역 주민과이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성주=최홍국기자 hk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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