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은 ‘전쟁 반성’ 언급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15일 일본의 과거 전쟁 책임을 언급하지 않은 채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생전 퇴위 의사를 밝힌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예년처럼 과거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면서 또다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일본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 식사에 참석해 "전쟁의 참화를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일본의 가해 책임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역사를 겸허하게 마주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하겠다" "내일을 살 세대를 위해 희망에 찬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는 식으로 미래를 주로 언급했다. 아베 총리의 전임자들은 추도식 식사를 통해 "일본이 아시아 국가에 큰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는 일본이 가해 책임을 담은 언급을 했지만 아베 총리는 2012년 말 취임 후 열린 패전일 추도식에서 가해 사실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예상대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대신 공물을 봉납했다. 아베 총리는 앞선 세 번의 종전기념일 때도 주변국 관계를 고려해 참배 대신 공물 봉납을 선택했다.
반면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추도식에 참석해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예년처럼 ‘반성’을 언급했다. 아키히토 일왕이 이달 8일 영상메시지를 통해 생전 퇴위 의사를 밝힌 이후 왕궁 이외에서 공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야스쿠니 신사에는 아베 내각 각룔 및 여야 의원들의 참배 행렬이 이어졌다. ‘다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여야 의원 수십 명은 이날 아침부터 참배 대열에 동참했다. 이들은 매년 종전기념일과 야스쿠니 신사 봄ㆍ가을 제사 때도 참배를 거르지 않았다. 아베 내각의 각료 중에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과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올림픽 담당상이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신임 부흥상은 “대신(장관) 임명 보고를 위해서”라는 명목을 내세워 앞서 11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극우주의 행태를 보여온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신임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가 주목됐지만, 그는 자위대가 파견된 아프리카 지부티 방문차 13일 출국하는 바람에 참배 대열에서 빠졌다. 그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경우 한국과 중국 등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현지 정치권은 전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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