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 9초81 우승
출발 반응 속도 8명 중 7위
70m 지점부터 특유의 스퍼트
자기 세계 기록 9초58엔 못 미쳐
올림픽 3회 연속 3관왕 정조준
“金 2개 더 따고 작별인사 하겠다”
경기 전부터 이미 승자는 정해져 있는 듯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우사인 볼트(30ㆍ자메이카)를 소개하자 마라카낭 올림픽 스타디움은 떠나갈 듯한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볼트는 어깨춤을 추며 손을 흔들었다. 경기 직전에도 윙크를 하는 등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오만해 보일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볼트의 모습은 상대 기를 죽이곤 한다. 올 시즌 최고 기록(9초80) 보유자는 저스틴 게이틀린(34ㆍ미국)이지만 그는 한낱 조연에 불과했다. 더구나 게이틀린의 과거 약물 복용 전력 때문인지 이름이 소개될 때 한꺼번에 야유가 터져 나와 볼트와 더욱 대조됐다.
출발 직전, 모두가 숨을 죽였다. 스타트 총성과 8명이 일제히 뛰쳐나갔다. 볼트의 반응 속도는 예상대로 좋지 않았다. 0.155로 8명 중 7위. 하지만 70m 지점부터 특유의 폭발적인 스퍼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게이틀린을 따돌리며 1위로 골인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게이틀린의 얼굴에는 열패감이 엿보였다. 본보 육상 해설위원 성봉주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단거리 전문 선수들은 40~60m 지점에서 최고 속도를 유지하다가 점점 속도가 줄어 80~100m 구간에서는 (최고 속도에서) 약 4% 정도 떨어진다. 하지만 볼트는 이 지점에서도 가속을 잘 유지한다. 정확한 데이터를 봐야겠지만 1% 정도 밖에 안 떨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볼트가 남자 육상 100m 올림픽 3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15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종목 결선에서 9초81로 1위를 차지했다. 게이틀린이 9초89로 2위, 캐나다의 앙드레 드 그라세(22)가 9초91로 3위였다. 볼트는 자신이 보유한 세계기록(9초58)에는 한참 못 미쳤지만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에 이어 리우에서도 1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 종목 올림픽 첫 3연패의 주인공이 됐다. 육상의 전설 칼 루이스(미국ㆍ55ㆍ1984년 로스앤젤레스와 1988년 서울 대회 2연패)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2008년과 2012년 200m와 400m 계주도 석권했던 볼트는 이날 100m 우승으로 역대 올림픽 7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을 확정한 후 볼트가 ‘쇼타임’을 시작했다.
그는 트랙을 한 바퀴 돌며 팬들과 기쁨을 나눴다. 관중석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과 악수도 했다. 다시 결승선으로 돌아온 뒤에는 사진기자들 앞에서 황금색 스파이크를 벗고 양 팔로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를 펼쳤다.
볼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7일 오전 200m 예선(결선은 19일)에 이어 자메이카 팀 동료들과 20일 400m 계주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에 이어 리우에서도 3관왕을 차지하면 올림픽 3회 연속 3관왕이라는 역사를 또 새로 쓴다. 올림픽 금메달 9개로 칼루이스(미국), 파보 누르미(핀란드)와 함께 역대 육상 최다관왕의 타이틀도 얻는다.
볼트는 경기 뒤 “(100m 우승은) 좋은 출발이다. 언제나 (내 몸 상태에 대해)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하지만 지금 컨디션은 작년보다 좋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히 멋진 질주였다. 매우 빠르지는 않았지만 승리한 것은 기쁘다. 내가 해낼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활짝 웃었다. 그는 리우가 마지막 올림픽이란 점도 재차 강조했다. “나를 불멸의 스프린터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앞으로 두 개의 금메달(200m, 400m 계주)을 더 따고 (올림픽과) 작별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세계 각국 취재진도 볼트의 레이스를 보기 위해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조직위원회는 평소보다 버스 배차를 크게 늘렸다. 올림픽 스타디움 기자석은 일찌감치 가득 차 자리 차지를 위해 취재진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과 공식 기자회견장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황제의 대관식’에 걸 맞는 취재 경쟁이었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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