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눈과 귀가 지구 반대편 브라질 리우에 쏠려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매 순간 펼쳐지고 있고 밤잠을 설쳐가며 국가대표팀의 선전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메달을 기대했던 선수들의 아쉬운 탈락에는 함께 눈물을 글썽이며 안타까워하고 대역전 드라마를 펼쳐 금메달을 따냈을 때는 자신의 일인 양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올림픽은 선수와 국민들을 하나로 만드는 스포츠 대제전으로 자리 잡았다. 제1회 올림픽이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열리게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 즉 올림픽 정신이 뒤따랐다. 올림픽의 상징물인 오륜마크에 잘 나타나있는 대로 올림픽 정신은 오대양 육대주의 평화와 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적어도 올림픽 기간만큼은 평화에 대한 위협인 전쟁과 인류의 공동적인 테러를 멈추어 달라는 호소이기도 하다. 리우올림픽을 여느 올림픽과 다름없이 들뜬 마음으로 관전하고 있지만 올림픽 정신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과거를 포함해 여러 장면에서 올림픽 정신이 아니라 올림픽 메달에만 집착하는 행사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선 올림픽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다. 언제부터인가 TV중계권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방송 편의에 맞추어서 경기가 진행되는 물의까지 빚어지고 있다. 올림픽 개최를 따내기 위해 추악한 비리로 얼룩진 현실은 비참하기까지 한 기억이다. 올림픽 현장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의 활약상 이전에 각종 제품들의 브랜드 로고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후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은 자유롭기 힘들다.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의 로고, 세계적인 통신사의 로고가 선수들을 대하기 이전에 불가피하게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 결코 유쾌하지 않다. 이런 비판에 대해 국제올림픽기구(IOC)나 개최국은 막대한 비용 때문에 난색을 표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상업 올림픽을 추구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상업성만큼이나 아쉬운 점은 철저하게 강대국의 잔치가 되고 있는 점이다. 20년 전이나 30년 전과 비교해보아도 스포츠 강대국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다. 미국, 러시아, 독일, 중국, 프랑스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그 결과에 큰 변화가 없다. 고무적인 점은 아시아 변방의 개발도상국에 머물렀던 우리나라가 국력 신장과 더불어 스포츠 세계에서도 강자로 우뚝 선 상황이다. 그러나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변방 국가의 승리 드라마는 잘 연출되지 않는다. 상업성을 기반으로 상상을 초월한 투자를 선수들에게 하는 스포츠 선진국과는 애당초 진검 승부가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메달 선점을 위해 러시아는 육상 선수들에게 조직적인 도핑을 시도했을까.
선수들의 아마추어 정신 상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올림픽을 앞두고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금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으로 양궁을 선택한 응답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축구, 수영, 유도 순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중반전에 접어든 시점에 기대종목 중 금메달은 양궁에만 그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축구는 4강 문턱에서 온두라스에게 패하고 말았다.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이기기 위해 ‘침대축구’를 불사하던 온두라스 선수들에게 올림픽 정신은 없었다. 축제다운 경기가 되지 못했다. 한편 은메달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얻고도 억울해 하는 모습이나 심판 판정에 지나칠 정도로 격하게 항의하는 모습엔 연민을 떠나 짜증스런 생각까지 든다. 올림픽은 축제다. 축제는 1인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대잔치다. 아마추어 정신을 떠나 지나치게 메달에만, 그것도 금메달에만 집착하는 태도는 박수받기 어렵다. 이쯤에서 모든 국가와 선수들은 올림픽 선서의 한 구절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이를 위해 분투하는 것이고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승리가 아니라 참가 자체에 의의가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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