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와 함께 울었습니다. 현우에게 미안하네요. 힘 없는 감독이라.”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안한봉 감독은 15일(한국시간) 그레코로만형 75㎏급 김현우가 16강전에서 러시아 로만 블라소프에 억울한 판정으로 패한 뒤 매트에 올라가서 거칠게 항의했다. 억울한 마음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시상식이 끝난 뒤 “판정을 뒤집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인들 못 했겠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현우가 울면서 ‘죄송하다’고 했다”며 “나도 현우한테 ‘미안하다’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16강전 판정에 대해 “누가 봐도 4점짜리 기술이 맞았다”며 “현우가 이겼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결과에 대해 세계레슬링연맹에 제소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독일인 심판위원장이 ‘결과는 번복이 없다’고 했다”며 “차후에 보고서를 통해 잘못이 있으면 관련 심판들을 징계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승부를 뒤집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경기도 있어서 피해가 될까 봐 제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16일 66㎏급에 나서는 류한수(28ㆍ삼성생명)도 금메달 기대주로 꼽힌다. 안 감독은 “현우를 교훈 삼아 한수도 새로운 각오가 섰을 것”이라며 “어차피 러시아 선수를 넘어야 하는데 확실한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에 대한 애틋함도 숨기지 않았다. 안 감독은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이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부상을 입었는데도 동메달을 땄다”며 “보통 선수 같으면 포기했을 것이다. 현우니까 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우가 4년 동안 준비를 많이 했는데 석연찮은 편파(판정)가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올림픽 2연패를 위해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판정 논란에 항의하던 안 감독은 심판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았다. 선수단 법률담당을 맡은 제프리 존스 국제변호사는 “안 감독이 경기 중 매트 위에 올라왔는데 그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심판위원장으로부터 올림픽 기간 경기장에 앉지 못하는 징계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안 감독과 함께 매트 위에 올라왔던 박치호 코치도 같은 징계를 받았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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