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 2분기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호경기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분기대비 각각 8.7%, 4% 늘어난 매출을 D램 부문에서 올렸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이 16.6~19.2% 급감했던 1분기 성적보다 크게 개선된 실적이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경기를 좌우하는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2분기부터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15일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IC 인사이츠에 따르면 D램 평균판매가격은 지난해 4% 떨어졌고 올해도 전체로는 16%나 떨어지지만 내년에는 6% 반등할 전망이다. 올해 가격 하락 폭이 큰 것은 초반에 급락세가 지속했기 때문이다. 나노 미세공정의 기술력에서 경쟁업체인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업체들을 압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당분간 D램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호경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IC 인사이츠의 관측이다. 이유는 반도체 굴기(堀起·우뚝 섬)를 선언한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이다. IC 인사이츠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자리 잡은 시노킹 테크놀로지가 2017년 말 또는 2018년 초 D램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8년 이후 시험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본 반도체 업계의 일반적 예상보다 이른 것이다.
시노킹은 일본 반도체 기업 엘피타 사장 출신인 사카모토 유키오(坂本幸雄)가 허페이시 정부와 공동으로 8,000억엔(8조3,000억원)을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사카모토는 일본 반도체 산업계의 거물이었지만 엘피다가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버티지 못하고 마이크론에 합병되면서 실패를 맛봤고, 그 동안 재기를 노려오다 중국 지방정부 자본과 손을 잡았다.
또 대만과 합작한 중국 푸젠 진화 집적회로공사도 비슷한 시기에 D램 생산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푸젠 진화 집적회로공사는 대만의 2위 웨이퍼파운드리업체인 롄화전자(UMC)와 함께 취안저우시 진장 스마트장비산업단지에서 D램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시노킹이나 푸젠 진화 집적회로공사가 20나노 후반 또는 30나노급에서 D램 생산을 시작하기 때문에 기술력에서 당분간 상대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반도체 미세공정은 나노미터(nm)의 수가 낮을수록 기술력이 높은 단계로 데이터 집적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양산 단계에 들어가 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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