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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강령 ‘노동자’ 삭제 추진… 집토끼ㆍ산토끼 논쟁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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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강령 ‘노동자’ 삭제 추진… 집토끼ㆍ산토끼 논쟁 조짐

입력
2016.08.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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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서 ‘노동자’ 문구 빼고

복지 분야 ‘무상’ 단어 삭제

대선 앞 색깔론 차단 포석에

당권 주자 일제히 “개정 반대”

“지지층 확대” “집토끼 이탈”

당 정체성 논란 더욱 가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bwh3140@hankookilbo.com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자’ ‘무상’ 등의 단어를 삭제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하는 강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당의 정체성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차기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집토끼(핵심 지지층)’와 ‘산토끼(중도층과 무당파)’를 둘러싼 당내 노선 투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14일 더민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강령정책분과가 공개한 강령 개정안을 살펴보면, 크게 노동 복지 등 사회 분야에서 진보적 색채가 약해지고, 대북정책에선 강경 노선이 강화됐다. 먼저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향상을 위한 노력을 존중한다”는 기존 강령 전문에서 ‘노동자’라는 단어가 삭제됐다. 복지분야에선 ‘무상’이란 단어 대신 ‘보편적’이란 말이 들어갔다. 남북관계 분야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새로 명시하고 기존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부분을 제외하는 등 대북 강경책에 보조를 맞췄다.

이 같은 강령 개정이 당 노선의 우클릭이란 지적에 대해 전준위는 달리 설명하고 있다. 전준위는 특히 노동자 문구 삭제와 관련, “시민이란 단어가 노동자를 포괄하기 때문에 뺀 것”이라며 “오히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고, 노동권 보호는 기존 강령보다 더욱 강화했다”고 해명했다.

당 안팎에선 이번 강령 개정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이념 공세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뚜렷하게 진보적 색채를 드러내는 상징적 정책이나 용어들을 제거해 보수 진영이 색깔론 등으로 정치 쟁점화할 빌미를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얘기다. 일례로 기존의 ‘무상 복지’ 문구는 보수 진영에게 ‘공짜 프레임’으로 더민주를 공격할 카드가 될 수 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의 경우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된 유화 시그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산토끼’를 잡기 위한 외연 확장 전략이 자충수가 될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고정 지지층의 역풍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당권주자들은 물론 친노ㆍ친문 등 주류 세력이 반발하며, 강령 개정작업은 강경파 대 온건파 대립으로 번질 조짐이다.

당장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기호순) 등 당권 주자들은 일제히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와 노동문제를 경시하려는 시도”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더민주 전국노동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득 의원은 “시민을 위하지 않는 정당이 어디 있느냐“며 “‘노동자’를 삭제한 것은 우리 당의 정체성을 삭제한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제외한 것을 두고도 한 재선 의원은 “당의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도 “핵심 지지기반을 잃으면서 불확실한 새 기반을 찾는 식의 ‘이동’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당 위원장에 출마한 김영주 의원은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전 의원 등과 ‘노동자 삭제’ 반대를 위한 간담회를 15일 추진하는 등 집단행동까지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당 일각에선 당권 주자 및 시도당위원장 출마자들의 공개 반발을 두고 한국노총 몫의 대의원들을 비롯한 노동계 표심 잡기의 노림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전준위가 마련한 강령 개정안은 이번 주 비대위에서 논의된 후 당무위원회를 거쳐 27일전당대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노동자 단어 삭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지도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 문구가 손질될 개연성도 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특정계층이나 집단을 대표하기 보다 국민 전체 이익을 대표하는 ‘포괄정당’이 두드러진 추세“라며 ”과거 패러다임에 갇혀 무조건 문구를 삭제하기 보다는, 진보와 중도세력을 흡수하는 새로운 정체성과 가치를 대안으로 만들어가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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