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이트 찾아 사이클 중계 등 시청
국적 상관 없이 좋아하는 선수들 응원
동호회도 활발… “성적은 신경 안 써요”

사이클 마니아인 대학생 조모(27)씨에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의 종합순위가 아닌 영국 사이클 선수 브래들리 위긴스가 5개 대회 연속 메달을 따느냐 여부다. 그가 4년 전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일주 도로사이클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에 반해 열혈 팬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방송에선 어디서도 리우 대회 전까지 올림픽에서만 7개 메달을 획득한 위긴스의 경기를 볼 수 없었다. 조씨는 14일 “하루 종일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지만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 일색”이라며 “해외 온라인사이트를 뒤져 사이클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2000년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에게 올림픽은 더 이상 국가대표의 메달 소식에 열광하며 애국심을 분출하는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친숙한 이들은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종목과 스포츠 스타의 활약상을 찾아 관전하면서 올림픽을 자신만의 축제로 즐기고 있다.
농구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회사원 고모(29)씨 역시 우리 대표선수들의 성적은 별로 눈여겨 보지 않는다. 그는 전원 미 프로농구(NBA) 출신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 ‘드림팀’이 리우 올림픽에서도 국제대회 연승기록을 이어갈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때문에 드림팀 경기 시간에도 한국 선수들의 지난 경기장면만 재방송하는 방송사들에 불만이 많다. 고씨는 “드림팀은 국가를 떠나 전 세계 수많은 팬층을 거느린 올림픽의 아이콘인데도 국내 독점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는 하이라이트나 겨우 틀어주는 실정”이라며 “지구촌 축제라는 올림픽을 아직도 관제 체육행사 정도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 방송국 관계자는 “다양한 경기를 녹화방송으로 재송출하고 있으나 채널이 워낙 한정돼 있어 한국의 메달 가능성이 큰 종목 위주로 편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밀레니얼 세대들은 불평만 하지 않는다. 첨단 미디어를 십분 활용해 기어이 궁금증을 채우고 만다. 사이클 팬인 조씨는 비인기 종목도 중계해 주는 해외방송국 사이트를 주로 이용한다. 해외방송국 사이트로 실시간 중계를 보려면 우회적으로 해당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동호회 회원들과 사용 방법을 공유한 덕분에 수월하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다.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들처럼 관심 종목 시청법을 묻는 글들로 넘쳐나고 있다. ‘다른 나라 경기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문의가 올라오면 ‘VPN를 활용한 시청 후기’ 답글이 빼곡히 달리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학생 김정훈(23)씨는 “조정과 수구에 관심이 많은데 비인기 종목인 탓인지 중계해 주는 방송사가 없어 해외계정으로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돌아 다니며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0년대 이전까지는 TV가 영상매체의 독점적 지위를 누려 선택권 자체가 없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등장하면서 기성세대와 달리 기호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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