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대출심사 강화로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저축은행 상호금융사 등 비은행금융기관 여신 잔액은 671조6,75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4조8,909억원(5.5%) 늘었다. 특히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에서 차지하는 가계부채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이 걱정거리다. 올해 5월 20일까지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15조9,000억원으로 이미 작년 상반기(8조8,000억원)보다 7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2월부터 시행된 은행권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은행권 대출심사가 강화되자 서민들이 비은행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반면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대폭 줄었다. 지난해 5~7월 16조1,000억원이 증가했으나 올해는 이 기간 9조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223조원(올해 3월 기준)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규모도 문제지만, 이자 부담이 높은 제2 금융 쪽으로 옮겨가면서 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제2금융권 이용자들은 주로 신용도가 낮은 서민층이나 다중ㆍ고액 채무자가 많다. 금리가 올라갈 경우 채무불이행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수 있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제2금융권인 대규모 대부업체가 파산하면서 시작된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부채에 대해 매년 내야 하는 이자만 40조원에 이르니 소비 또한 원활히 이루어질 수 없다.
한국은행도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추세가 기대와 달리 꺾이지 않고 있다”며 “한은 뿐 아니라 감독 당국도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OECD도 5월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 Korea 2016)’에서 “가계ㆍ기업부채가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 한 바 있다.
가계부채는 상환부담으로 소비를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크다. 특히 집값 하락, 미국 금리 인상 등의 변수와 맞물리면 가계부채는 ‘뇌관’으로 작용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을 살리면서 부채규모는 줄이는 ‘솔로몬의 해법’이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주택공급의 완급조절, 대출자의 실제 상환능력을 꼼꼼히 점검하는 총체적상환부담(DSR)제도 도입 등의 선제적 조치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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