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수표만으론 증거 부족
정운호(51ㆍ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침내 사법부를 향해 확산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12일 체포된 성형외과 의사 이모(52)씨는 현직 부장판사를 상대로 정 전 대표 구명 로비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어, 결국 해당 판사에 대한 직접 조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만약 검찰 수사로 이들 사이의 부적절한 금품거래가 드러날 경우 메가톤급 파장이 일 게 뻔해 향후 검찰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14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B성형외과 원장인 이씨는 지난해 말 정 전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과 관련, 재판부에 청탁한다는 명목 등으로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정 전 대표는 1심에서 실형(징역 1년)을 선고받아 항소심에서 가석방 또는 집행유예형을 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상태였다. 실제로 이씨는 정 전 대표 항소심 선고를 앞둔 올해 3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수도권 법원의 K 부장판사에게 “정 전 대표 사건 담당 재판부에 선처해 달라고 얘기 좀 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전화를 한 사실(본보 4월 26일자 13면)이 드러났다.
관심의 초점은 검찰이 이씨를 넘어 K 부장판사까지 겨냥할지 여부다. 정 전 대표와 K 부장판사의 유착 정황은 이 사건 초기부터 다수 발견됐다. 2013년 7월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한 한 미인대회에서 K 부장판사의 딸이 1위로 입상했고, 2014년에는 정 전 대표가 타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레인지로버를 K 부장판사가 중고 시세보다 2,000만원가량 싼 약 5,000만원에 사들였다. 정 전 대표와 함께 베트남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 정 전 대표 측이 발행한 수표 500만원을 사용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정 전 대표는 K 부장판사를 ‘○○형님’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은 두 사람 간의 ‘친분’을 드러내는 정황 증거일 뿐, K 부장판사를 사법처리할 정도까진 아니라는 게 검찰의 고민이다. K 부장판사는 법원에 “이씨한테 정 전 대표 관련 청탁을 받고 ‘재판에 개입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씨로부터 부의금을 받은 적은 있으나, 그 수표가 정 전 대표 측의 자금인지는 몰랐다” 등의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검찰은 그 동안 물밑에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수사 확대의 관건은 결국 K 부장판사와 정 전 대표 측과의 또 다른 금품 거래 유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씨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 그를 거쳐 K 부장판사에게로 흘러간 정 전 대표 측 자금이 있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씨의 입을 여느냐가 수사의 핵심 포인트라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해 “현재로선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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