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탑재 앱 축소 정책과 배치
미흡한 완성도도 논란 불러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에 정부의 행정 서비스 안내 애플리케이션(앱) ‘정부3.0’에 이어 또 다른 정부 앱 ‘안전신문고’까지 선(先)탑재될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데다 선탑재 앱을 줄이라는 기존 정부 정책을 스스로 뒤엎는 꼴이어서 비판이 적잖다.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안전처가 운영하고 있는 안전신문고 앱이 갤럭시노트7과 오는 9월 공개되는 LG전자의 새 스마트폰 ‘V20’에 선탑재될 예정이다. 안전신문고는 도로 꺼짐, 노후 시설 등 위험 요소를 신고하면 행정 당국이 빠르게 조치한다는 취지로 작년 2월 출시됐다.
소비자가 앱 장터에서 직접 내려받는 일반 앱과 달리 선탑재 앱은 제조사나 이동통신업체가 스마트폰에 미리 설치해 둔 앱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필요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탑재 앱을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6월 행정자치부가 정부3.0 선탑재를 위해 삼성전자와 협의를 추진할 때부터 강제 탑재 논란이 일었다. 비판적인 여론이 이어지자 행자부는 초기 설정에서 사용자가 설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자동으로 설치되는 앱 목록에 포함돼 있지만 설치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용자가 직접 설치 목록에서 해제하면 된다. 갤럭시노트7 국내 공개 행사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문 대표는 “처음 구동할 때 이러한 앱도 있다고 소개해 주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안전신문고 앱 역시 이 같은 방식으로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아무런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자동 설치 목록에 포함시킨 것만으로도 선택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선탑재 앱 축소를 주문해 오던 기존 정부 기조에도 역행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014년1월 “선탑재 앱은 이용자 불편을 야기하고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비정상적 관행”이라며 선탑재 앱 수를 줄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설치할 목록이 이미 선택돼 있는 상태에서 소비자가 가려내야 하는 불편만 더할 뿐 아니라 초기화 후 재가동할 때마다 설치를 직접 해제해야 해 앞서 정부가 지적했던 선탑재 앱 문제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앱의 완성도도 논란이다. 최근 구글 앱장터에는 “이 수준으로 만들어 놓고 왜 공공기관, 복지시설 종사자에게 강제적으로 설치시키는지 모르겠다” 등 비판적 시각의 안전신문고 앱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3.0 앱도 출시 3년이 지났지만 다운로드 건수는 5만건에 불과하다. 윤 국장은 “내실 있는 앱을 개발한다면 국민들이 알아서 찾게 될 텐데 새 스마트폰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정량적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해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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