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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레깅스부터 김광석까지... 헤드뱅잉이 식힌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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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레깅스부터 김광석까지... 헤드뱅잉이 식힌 폭염

입력
2016.08.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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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1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콘서트를 지켜보고 있다. 예스컴이엔티 제공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1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콘서트를 지켜보고 있다. 예스컴이엔티 제공

헤드뱅잉도 좋지만 생존의 욕구가 더 간절해졌다.

지난 12일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했다는 경북 경주 앞에선 겸손해져야 한다고 다짐했건만 절로 나오는 이 말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더워 죽겠다.’ 13일 낮 201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한창인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 다다랐을 때의 솔직한 심정이다.

메인무대인 펜타포트 스테이지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를 펴고 맥주를 홀짝이며 약 200m 떨어진 드림 스테이지에서 들려오는 클럽 사운드에 덩달아 흥이 오르긴 했지만 그야말로 방방 뛰며 축제를 온전히 즐기기엔 햇볕은 여전히 강렬했다.

오후 6시쯤 인디 밴드 그룹러브(Grouplove)의 보컬 헤나 후퍼가 등장하기 전까진 그렇게 기온 32도의 노예가 돼 있었다. 기하학적 문양의 핑크색 전신 레깅스로 온 몸을 압박한 채 마이크와 키보드를 번갈아 잡으며 또 다른 보컬 크리스천 주코니와 ‘Tongue Tied’를 열창하는 그녀 앞에서 어찌 더위를 논할 수 있으랴.

13일 온몸을 휘감은 핑크색 전신 레깅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그룹러브의 보컬 헤나 후퍼. 예스컴이엔티 제공
13일 온몸을 휘감은 핑크색 전신 레깅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그룹러브의 보컬 헤나 후퍼. 예스컴이엔티 제공

국내 팬들에게는 애플의 iPod 광고 배경음악으로 잘 알려진 이 곡의 전주만으로 관객들은 제자리에서 발을 굴렀고 이에 호응하듯 라이언 레빈은 자신의 드럼 스틱을 더욱 현란하게 두드려 흥을 유도했다.

이어진 ‘Let Me In’ ‘SABOTAGE’ ‘WELCOME’ 등의 곡 중간중간 “아이 러브 코리아” “사랑해요 코리아”라고 외치던 이 금발 여성 보컬리스트의 팬 서비스는 덤. 양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이는 등 그룹러브는 연주 내내 국내 첫 내한공연이라곤 믿기 힘든 여유를 뽐내 박수를 받았다.

반가움도 찾아왔다. 메탈 코어와 일렉트로닉 리듬의 록 사운드로 무장한 일본 록 밴드 크로스페이스(Crossfaith)는 지난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인천을 방문했다.

2014년 이어 두 번째로 펜타포트 무대를 찾은 일본 록 그룹 크로스페이스. 예스컴이엔티 제공
2014년 이어 두 번째로 펜타포트 무대를 찾은 일본 록 그룹 크로스페이스. 예스컴이엔티 제공

웅장하고 묵직한 기타 리프 위에 울부짖는다는 말 외에는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고이에 겐타의 강력한 보컬이 얹어지자 어둠이 깔린 공연장에는 수 천명의 헤드뱅잉이 수를 놓았다.

1,700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록밴드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이날의 특권이었다. 페스티벌 첫째 날(12일) 헤드라이너였던 스웨이드(Suede)를 미처 보지 못했던 관객들은 이날 위저(Weezer)의 무대로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었다. 최근 10집 앨범 ‘White Album’을 발매하며 평단의 극찬을 받기도 한 위저가 선물한 17곡의 팝 감수성은 잠시나마 더위에 무력했던 관객들의 몸에 경쾌한 혈기를 돌게 하기 충분했다.

나이 쉰을 바라보는 보컬 리버스 쿼모가 ‘Island In The Sun’ ‘Say It Ain’t So’ ‘Thank God For Girls’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은 대표곡들을 가창력이 아닌 자신만의 관록으로 소화하자 관객들은 두 손을 들어 화답했다. 그 뿐이랴. 위저가 2013년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에서도 선보였던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를 이날 열 여섯 번째로 선사했을 때 관객들은 ‘떼창’을 함께 하며 그들과 호흡했다.

축제 두 번째 날 헤드라이너 위저가 마지막 곡 ‘Buddy Holly’를 열창한 뒤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예스컴이엔티 제공
축제 두 번째 날 헤드라이너 위저가 마지막 곡 ‘Buddy Holly’를 열창한 뒤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예스컴이엔티 제공

3년 전보다 더 정확해진 발음으로 ‘작은 가슴은 모두 모두어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을 읊조리는 파란 눈의 뮤지션은 그 때나 지금이나 감동이었다.

2006년 시작해 올해 11회를 맞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14일 패닉! 앳 더 디스코와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이 더블 헤드라이너로 나서며 3일 간의 뜨거운 열기를 마감한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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