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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명 목숨 빼앗을 권리, 어떤 열강에도 주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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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명 목숨 빼앗을 권리, 어떤 열강에도 주어지지 않아”

입력
2016.08.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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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 前 쿠바 의장

90세 생일 맞아 美 극렬 비판

90세 생일을 맞은 피델 카스트로(왼쪽 두번째)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3일 아바나 칼마르크스극장에서 열린 생일 축하 행사에 참석해 라울 카스트로(왼쪽 첫번째) 현 의장,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세번째)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과 함께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90세 생일을 맞은 피델 카스트로(왼쪽 두번째)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3일 아바나 칼마르크스극장에서 열린 생일 축하 행사에 참석해 라울 카스트로(왼쪽 첫번째) 현 의장,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세번째)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과 함께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3일(현지시간) 90세 생일을 맞았다.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생일 기념 행사에 등장한 카스트로 전 의장은 차분한 자세를 일관했지만 동시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하는 서한을 발표하는 등 서방 사회를 향한 강경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13일 저녁 쿠바 아바나 칼마르크스 극장에서 열린 90세 생일 축하 행사에 참석해 친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함께 기념 공연 등을 감상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4월 19일 쿠바 공산당 전당대회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여느 때와 같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특별 제작된 휠체어로 추정되는 의자에 앉아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켜 고령에 비해 정정한 모습을 과시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생일 기념 행사에서는 별도의 공식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같은 날 공개된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핵 관련 정책에 포화를 퍼부었다. 기고 글에서 그는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 사실을 언급하며 “원폭 투하로 숨진 수많은 이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말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우리는 어떤 열강도 수백만명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3월 오바마 대통령이 양국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아바나를 방문했을 때도 카스트로 전 의장은 “(미국)제국이 주는 어떤 선물도 필요하지 않다”는 가시 돋친 공개 서한을 발표한 바 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의 미국 공격은 자신의 90년 생애를 회상하는 대목에서도 이어졌다. 아버지인 앙헬 카스트로 아시스와의 기억을 떠올리던 그는 “세 아들 중 둘째(피델 카스트로)와 셋째(라울 카스트로)가 늘 곁에 없었음에도 아버지는 미국이 나를 암살한다면 동생 라울이 혁명을 대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다”며 자신을 암살하려는 미국 과거 대통령들의 권모술수가 우스운 수준이었다고 비꼬았다. 쿠바 정보 당국에 따르면 1958~2008년 사이 미국 등 반대 세력에 의한 카스트로 전 의장의 암살 음모는 637회에 달한다.

과거 49년간 쿠바를 통치하며 공산주의 혁명을 이끈 피델 카스트로는 위장 질환을 이유로 2006년 라울 카스트로 현 의장에게 권좌를 넘기고 2008년 2월 공식적으로 퇴위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13일 생일 기념 행사에서 한 소녀의 볼을 어루만지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EPA 연합뉴스
13일 생일 기념 행사에서 한 소녀의 볼을 어루만지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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