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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열대야의 날들

입력
2016.08.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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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한 마리가 댓돌에서 자다가 인기척이 느껴지는 실내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더위를 피해 가끔 나가 앉는 자리인데, 어스름 속에서 인기척을 느낀 녀석이 금방이라도 달아날 자세를 취한다. 동물도 긴 더위에 지쳐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고양이가 마당에 들어오면 기를 쓰고 내쫓곤 했다. 빙 둘러싸고 있는 지역의 대대적인 재개발로 인해 유난히 길고양이가 많은 동네에 살면서 요즘에서야 나는 고양이가 모기만큼도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순한 동물임을 알았다. 그 동안 고양이를 천적처럼 대했던 나는 무척 오버했던 것이다. 어디 고양이뿐인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눈을 가진 곤충도 내겐 천적과도 같았다. 곱등이와 그리마처럼 징그럽게 생긴 벌레 앞의 나의 반응은, 거의 광인 수준이었다.

문을 열고 나가는 나를 보고 잽싸게 뛰는 고양이를 따라 골목으로 나가 보니, 광복절을 앞둔 연휴부터 태극기를 내건 집이 있다. 고양이는 그 집 앞 시멘트 계단을 뛰어올라 지붕 위로 오른 뒤 나란히 있는 집들의 지붕을 넘어 다시 우리 집 지붕 위에 와 앉는다. 아무래도 녀석이 열대야가 있는 내내 댓돌 위에서 자고 간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고양이가 앉았던 자리를 소독하며 야단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녀석이 다시는 그 자리에 와 앉지 못하도록 물이 담긴 양동이도 올려놓았을 것이다. 오늘은, 새벽부터 고양이의 눈인사를 받는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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