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때 마다 급성장… 이번에도 기대
北 김혜성ㆍ혜경 자매도 주목
안슬기(24ㆍSH공사)가 침체기에 빠진 한국 여자 마라톤을 건져낼 수 있을까?
리우올림픽 여자마라톤이 14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브라질 삼보드로무에서 열린다. 42.195㎞를 달리는 여자마라톤은 에티오피아와 케냐 선수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 2016년 여자마라톤에서 나온 1∼5위 기록을 모두 두 국가 선수들이 독식했다.
이들의 아성에 한국의 안슬기와 임경희(34ㆍ구미시청)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안슬기는 2시간32분15초, 임경희는 2시간32분49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 안슬기의 기록은 트리피 체가예(케냐)의 올 시즌 최고 기록 2시간19분41초와 격차는 크다. 2시간 20분대 초반 기록을 가진 선수도 10명이 넘는다.
하지만 마라톤은 변수가 많은 경기다. 불과 4년여 전 마라토너의 길을 걷기 시작, 대회 때마다 급성장해온 안슬기이기에 기대감은 크다.
안슬기는 지난 3월 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린 서울국제마라톤에서 1년 전 같은 대회에서 수립한 자신의 기존 최고 기록(2시간36분14초)을 무려 4분 가까이 앞당겼다. 레이스 도중 양 발에 물집이 터지는 고통 속에서 투혼을 발휘, 얻어낸 성과였다.
서울체고 시절 장애물 경기 선수였던 안슬기는 성인무대에 진출한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라토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근육) 부상이 잦아 선수 생활을 그만둘까 방황도 했지만, 지난해 전국체육대회 마라톤 여자일반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내여자부 정상급 마라토너로 이름을 높였다.
안슬기는 대회를 앞두고 “여자 마라톤의 침체기라는 말을 사라지게 만든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소속팀 SH공사 변창흠 사장은 “안슬기가 좋은 성적을 거둬 우리나라 여자마라톤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SH공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안슬기 선수의 선전을 기원하는 대국민 응원 댓글 남기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동반 출전한 북한 쌍둥이 마라토너 김혜성과 김혜경(23)도 눈길을 끈다. 쌍둥이 중 언니인 혜성은 2시간27분58초, 동생 김혜경은 2시간27분5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김혜성ㆍ혜경 자매는 14살 때 대덕산체육단 마라톤 감독인 아버지를 따라 장거리 육상을 시작했고 19세 때 처음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다.
둘의 성적이 비슷하자 북한은 김혜성ㆍ혜경 자매를 집중 육성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혜성ㆍ혜경 자매가 성인 무대에 뛰어든 뒤로는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한 북한 마라톤 영웅 정성옥이 전담 코치를 맡아왔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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