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하원의원들의 개인정보가 해킹돼 폭로됐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시퍼 2.0’이라는 한 해커(혹은 해커그룹)는 이날 자신의 웹사이트에 전ㆍ현직 민주당 하원의원 193명의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주소 등이 담긴 파일을 공개했다. 구시퍼는 “민주당 하원 선거위원회(DCCC)를 해킹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정보를 빼냈다”고 밝혔다. 구시퍼는 “DNC 해킹도 우리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해킹으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됐다. 또 정보가 공개된 이들 가운데는 하원 정보기관과 외교위원회 멤버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구시퍼 2.0이 공개한 휴대전화 번호로 호이어 원내총무에게 연락한 결과 그와 통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WSJ가 연락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정보가 해킹돼 폭로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해킹 소식을 들은 의원들은 외국 정부들이 이러한 민감한 정보를 해로운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이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된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관계 당국이 이번 사건을 끝까지 수사하고, 누가 배후에 있는지 밝혀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누가 미국 정치 과정에 개입하려고 했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펠로시 원내대표도 13일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의원 개인정보 유출) 뉴스가 처음 나왔을 때 나는 플로리다에서 캘리포니아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면서 “비행기에서 내려 전화기를 켰을 때 아주 음란하고 역겨운 전화, 음성메일,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전화번호를 바꾼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은 하원의원들 뿐만 아니라 민주당 ‘큰 손’ 후원자들의 이름과 사회보장번호, 선거자금 모금행사 내부 정보도 유출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 후원자 토리 윙클러 토머스의 버지니아 자택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행사 관련 자료가 대거 유출됐는데 여기에는 참석자, 좌석배치도, 명찰 등의 기본정보와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펠로시 원내대표 등 귀빈을 위한 주요 참석자 약력을 비롯한 사전준비 자료 등이 담겨 있다.
한편 구시퍼는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DCCC 해킹으로 획득한 중요한 결과물을 폭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는 지난달 해커에게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진 DNC 지도부 인사 7명의 이메일 1만9,252건과 첨부 파일 8,034건을 공개한 바 있다. WSJ는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구시퍼 2.0이 DNC 해킹 범인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로 구성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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