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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행복도 1위 바탕은 청렴한 정부와 사회적 유대감

입력
2016.08.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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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여행 덴마크편1

에서 이어집니다.

토마스는 디자인이 덴마크인의 행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정부에서 디자인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때가 있었을 정도다.

은은하고 화려한 색상의 코펜하겐 건물 외관
은은하고 화려한 색상의 코펜하겐 건물 외관
덴마크의 건물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느낌이다.
덴마크의 건물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느낌이다.
허름한 건물도 밝은 톤의 색상으로 외관을 장식했다.
허름한 건물도 밝은 톤의 색상으로 외관을 장식했다.
실내장식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실내장식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토마스 : "우리는 훌륭한 디자인 제품들에 신경을 많이 쓰지. 겨울이 길어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환경을 꾸미는 일에 많은 투자를 하는 거야. 아름다운 디자인이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요소라고나 할까."

아름다운 것을 보면 도파민을 자극해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일까? 토마스가 지난 주 장례식에 다녀왔다며 사진을 보여준다. 가족과 친척 그리고 친한 친구들 중심으로 치른 장례식은 소박하다 못해 단촐 하다.

김뻡 : "이건 무슨 장면이지?"

토마스 : "망자의 부인이 지난 날의 좋은 기억들을 회상하기 위해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이게 슬라이드 영상을 보여주시는 거야."

고인의 행복했던 일상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는 장례식 장면
고인의 행복했던 일상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는 장례식 장면
관에 쓰인 ‘Thank you my love’, 그리고 유언장에 적힌 "Present transient, The future is uncertain, Accept and enjoy. (지금은 순간이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받아들이고 즐겨라.)" 뭉클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관에 쓰인 ‘Thank you my love’, 그리고 유언장에 적힌 "Present transient, The future is uncertain, Accept and enjoy. (지금은 순간이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받아들이고 즐겨라.)" 뭉클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세계 행복지수 1위 국민이 말하는 행복의 비결은 무엇일까?

토마스 : "알다시피 덴마크는 교육과 병원 등이 무료야. 그리고 아이들은 알아서 스스로 동기를 가지고 공부를 하지. 누구든지 길거리로 쫓겨날 일이 없어. 그래서 사람들이 안정적이야. 그리고 또 하나는 신뢰야. 서로 옆에 있는 사람들과도,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신뢰가 있어. 우리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고 사회적 유대감이 강해. 그런 것들이 결속을 가져오지. 노숙인이 없고 누구나 배고프면 먹을 수 있고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어. 그게 공동체사회가 가져야 하는 의무이자 필수요건이 아닐까? 국가에서 제일 중요한 건 국민이잖아. 그래서 당연히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거지. 나는 평등보다는 기본적 인권 그리고 최저생계보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기본적으로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것들을 지켜줘야 한다는 거지."

이웃들과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
이웃들과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

김뻡 : "너희들은 어떻게 서로간에 신뢰할 수 있어? 너무 어려워."

토마스 : "그건 우리 사회가 아주 투명하기 때문이야. 우린 사교단체, 축구, 요리 클럽 같은 동호회가 많아. 집이 크건 작건 우리는 만나서 서로 교류해. 클럽에 들어갈 때 사회적으로 같은 계층일 필요가 없고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입 가능하지. 슈퍼마켓 직원, 변호사, 운전사, 선생님 등 다양해."

한국도 양적으로는 인간관계가 과할 정도로 차고 넘친다. 저녁마다 온갖 모임과 회의, 약속이 있지만 즐거움을 나누기 위한 모임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른 만남이 대부분이다. 토마스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참가해야 하는 모임보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의 모임이 많아야 한다고 말한다.

토마스 : "우리는 정부와 정치인을 믿지. 누가 권력을 잡건,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우리가 뽑는다는 것’이 중요한 거야. 그게 민주주의잖아. 우리가 세금으로 수입의 50% 이상을 내는 거 알잖아. 정치인들을 신뢰하니까 낼 수 있는 거지"

올 1월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부패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청렴도는 전세계 167개국 중 37위인데 반해 덴마크 1위다. 정부와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최고 수준이니까 복지국가가 가능한 것이다.

[배움 15]행복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토마스의 소개로 이웃집 아저씨를 만났다.

이웃집 아저씨 : "우리가 세계에서 행복지수 1위야? 하하하. 글쎄, 우리는 그냥 ‘진짜 인생’을 살려고 노력할 뿐이야. 행복은 시시각각 변하잖아.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게 아니라 참여하는 거야."

그는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작가 악셀 산데모제가 1930년에 쓴 작품을 이야기했다. 1933년 악셀 산데모제는 ?‘A Fugitive Crosses His Tracks’이라는 소설에서?‘얀테의 법칙(The Law of Jante)’을 제시했다. 이 법칙은 주로 개인의 성과보다는 공동체의 집단적 노력에 의한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적 용어로 사용된다.

이웃집 아저씨: "여기서는 누가 더 특별한 건 없어. 누구나 소중하지. 누가 낫고 누가 못한 건 없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면 서로 겸손해야 하고 서로 참여해야 해."

[배움 16] 행복은 겸손해야 얻을 수 있다

미용사 키릴리안
미용사 키릴리안

미용실 운영하는 키릴리안(kirlian, 66)은 태어나서 행복하고, 죽더라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가 젊은이들에게 들여주는 조언이다

키릴리안 : "저는 제 일을 사랑하며,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덴마크인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직업을 선택하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요. 본인의 꿈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세요."

[배움 17] 행복은 본인의 꿈을 찾는 것이다

바비 아주머니
바비 아주머니

트램 정류장에서 비비(Bibi)라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에게 행복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언을 구했다.

비비 : "내가 먼저 실천해야 해요. 고민해보세요. 행복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봤나. 본인의 욕심만 채우려 하지 말고 남을 배려하세요. 그리고 희망을 잃지 말고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고 즐기세요."

[배움 18] 행복은 내가 먼저 실천하는 것이다

덴마크 사람들은 부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물질을 소유하는 게 행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덴마크인들이 행복을 느끼는 건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신뢰와 다양성, 그리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크리스티아니아’에서 ‘제프’라는 친구를 만났다. 크리스티아니아는 1971년 코펜하겐의 중심지에 덴마크 히피들이 불법거주를 하면서 생겨난 무정부주의자들의 공동체다. 40년 가까이 이어져온 이 자유로운 공동체를 지키려 주민들은 끊임없이 정부와 싸웠다. 덴마크 정부는 마침내 1987년 크리스티아니아를 ‘사회적인 실험’으로 공식 인정했다고 한다. 현대 서커스 단원인 제프는 기존 서커스에 댄스와 무용을 결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니아에 거주하는 제프
크리스티아니아에 거주하는 제프

제프 : "나는 일할 때 행복해.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걸 보면 기분이 좋아. 1,000명의 관객들이 행복해 할 때면 나 또한 너무 행복해지지."

김뻡 : "덴마크 청년들은 고민이 없어?"

제푸 : "당연히 있지. 이곳 ‘크리스티아니아’라는 곳이 생긴 것도 그 고민의 결과야. 사실 복지 사회라는 게 아무래도 규제가 많거든. 좀 자유를 속박당하는 기분이랄까?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사회에 점점 물질만능주의가 퍼지면서 자본에 속박당하지 않고 물질적으로 더 단순하게 살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나를 포함해서 좀 있어.”

덴마크는 좋은 시스템으로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조건이 마련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덴마크에서는 알코올과 약물 중독이 큰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도 덴마크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이 거짓은 아닌 듯하다.

행복여행가 김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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