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여론 만회 위해 숨가쁜 사회공헌 활동
요즘 KDB산업은행은 나열하기에 숨이 벅찰 정도로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내놓는 보도자료만 봐서는 국책은행인지, 사회봉사단체인지 헷갈릴 정도인데요. 6월말부터 최근까지 산은이 대외 공표한 사회공헌 활동만 해도 ‘장애인과 함께 하는 국립공원 트레킹’(6월30일)부터 ‘성로원(아동복지시설)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사랑의 트레킹’(7월11일), ‘어르신들께 삼계탕 배식봉사’(7월18일), ‘소아암 환우에게 헌혈증서 기증’(7월27일), ‘중앙아시아 재외동포 한국어 연수 실시’(8월8일), ‘임직원 자녀들과 농촌 일손돕기’(8월9일), ‘아동보육시설에 냉방시설 기증’(8월10일), ‘탈북학생 대안학교에 기부금 전달’(8월12일)까지 8건에 이릅니다. 닷새에 한번 꼴로 사회공헌 활동을 한 셈인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산은이 보도자료로 발표한 사회공헌 활동 건수(3건)를 크게 웃도는 실적입니다.
이처럼 산은이 사회공헌에 매진하는 것은 최근 처해있는 사면초가의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올 들어 산은은 ‘폐지론’이 거론될 정도로 역대 최악 수준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요.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4월 총선 이후 산은은 구조조정 지연 책임을 묻는 여론과 정치권의 질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최근엔 강만수 전 산은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과의 비리 연루 혐의로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요. 게다가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던 인사를 자회사인 대우건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내정하는 무리수까지 이어갔습니다. 최근의 사회공헌 활동은 이런 일련의 행보에 대한 싸늘한 여론을 조금이라도 만회해보고자 하는 건데요. 한 산은 관계자는 “최근 대우조선 사건 등으로 떨어진 산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동기가 뭐든, 사회공헌을 열심히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겁니다. 다만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약속했던 내부 혁신을 제대로 해 내는 것이 산은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공헌이라는 점은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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