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하 원샷법)이 13일 시행됨에 따라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화그룹의 화학계열사인 한화케미칼과 농기계업체 동양물산기업이 가장 먼저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원샷법에 따른 사업재편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원샷법은 과잉공급 분야에 속한 정상 기업이 선제적ㆍ자율적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을 돕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상법과 세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해주고, 세제와 자금, 연구개발, 고용안정 등을 한 번에 지원하는 것이 골자여서 ‘원샷법’이라고 불린다. 기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은 이미 부실 상태이거나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기업에 대해서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사후적ㆍ타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5월 울산 석유화학 산업단지에 있는 CA(염소·가성소다) 공장을 유니드에 매각했다. 이 거래가 원샷법 지원을 받으면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이연받을 수 있다. 동양물산기업도 최근 동국제강으로부터 사들이기로 한 국제종합기계 인수건과 관련, 금융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선제적 사업재편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선 이미 기업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일본은 1999년부터 정상 기업의 사업재편을 돕는 제도를 법제화해 지금까지 총 690건을 지원했다. 연평균 40.4건의 사업재편 계획이 승인된 셈이다. 2014년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가 화력발전 부문을 분할한 뒤 합병해 세운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즈(MHPS)는 일본 사업재편 사례의 백미로 꼽힌다. 각종 세금을 경감 받고 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생략해 합병에 걸리는 시간을 6개월이나 줄였다. MHPS는 출범 1년 만에 독일 지멘스와 미국 GE에 이은 발전사업 분야 세계 3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원샷법도 사실 MHPS를 만든 일본의 산업경쟁력법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원샷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자산규모 10% 미만의 소규모 사업 부문을 분할하거나 합병할 때 이사회 결의로 주총을 대신할 수 있다. 사업재편 자금이나 대형 투자 추진용 융자도 지원받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원샷법에 따라 사업재편 기업에 지원될 금융 부문 금액은 총 8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이 지원금을 받기 위한 각 기업의 각축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사업재편TF팀장은 “기업활력제고법을 활용해 사업재편에 성공한 사례가 다수 나올수록 더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심의위가 과잉공급 업종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판단 기준을 가급적 유연하게 적용해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수록 법이 빨리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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