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청년ㆍ하나은행 직원 28명
하나통일원정대 명동성당 공연
“우리의 소원은 통일…통일이여 어서 오라.”
11일 오후 9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 평소 같으면 조용했을 대성전 안이 노래 소리로 가득 찼다. 노래를 부르는 합창단(28명)은 명동성당 성가대가 아니었다. 개량한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던 이들은 북한이탈청년 모임인 위드유 소속 21명과, 위드유를 후원해 온 KEB하나은행 직원 7명으로 꾸려진 하나통일원정대 합창단이었다.
2011년 북한이탈청년들이 친목을 다지기 위해 만든 위드유는 2014년 8월 가수 이승철과 독도에서 통일 염원 노래를 불러 유명해졌다. 이를 계기로 활동반경을 넓혀간 이들은 지난달 23일부터 5박 6일간 하나은행의 젊은 직원들과 함께 합창단을 꾸려 독일 공연을 다녀왔다.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과 베를린 하일란트교회 등에서 남북한 통일을 염원하는 공연을 했다. 이날 공연은 하나통일원정대 합창단 해단식을 겸한 광복 71주년 기념 통일기원 합창 공연이었다.
이날 유독 눈시울을 붉힌 이는 사무국장 박영철(35)씨. 박씨는 처음 위드유를 만든 8명 중 주도적 역할을 했다. 지난 2001년 동생과 함께 중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박씨에게는 지난 15년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현재 먹거리 나눔 관련 시민단체 팀장을 맡고 있는 그에게 위드유 활동은 고단한 삶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나 다름없다.
박씨는 “한국에 와서 문화적 차이가 커 말 못할 고충이 많았다”며 “같은 고충을 겪는 북한이탈청년들과 마음을 나누고 우리들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씻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넘게 이어진 공연에는 위드유에서 초청한 홍용표 통일부장관을 비롯해 관객 100여명이 함께했다. 홍 장관을 비롯한 관객들은 ‘고향의 봄’과 ‘우리의 소원’ 등을 따라 부르면서 통일에 대한 염원을 기원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를 내려온 합창단원들이 관객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네 아이와 함께 공연을 구경하던 전신현(41ㆍ여)씨는 “고향을 떠나오며 어려움이 많았을 청년들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남북 청년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라서 그런지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고향이 북한이라 일부러 공연을 보러 왔다는 윤모(66ㆍ여)씨는 “우리의 소원을 다 같이 따라 부를 때는 눈물이 났다”며 “남북한 청년들의 이런 바람이 전해져 통일의 그날이 하루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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