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강남의 B성형외과 의사 이모(52)씨를 체포했다. 이씨는 정 전 대표의 재판부에 로비를 하기 위해 현직 판사에게 부당한 청탁을 했다는 의혹(본보 4월 26일자 11면 보도)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1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이씨를 체포하고 이씨의 사무실 및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상습도박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자, 이씨가 법원 로비 명목으로 정 전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단서를 포착했다.
실제로 이씨는 항소심 선고를 앞둔 지난 3월 평소 친분이 있던 수도권의 K부장판사를 접촉해 “담당 재판부에 선처해 달라”고 말해 줄 것을 부탁했다. K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의 항소심 재판을 담당한 J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기기 전 같은 법원에서 근무했다.
지난 4월 K부장판사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운호 대표를 아는 성형외과 의사가 ‘(2심 재판을 맡고 있는) J부장판사와 같이 근무했으니 혹시 잘 알면 선처해달라고 전해달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이씨의 청탁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K부장판사는 “그 분에게 ‘정운호 대표는 문제가 많고 신문에 (안 좋은 일로) 나왔다. 재판부에 그런 부탁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며 “실제로 담당 부장판사에게 전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탁은 받았지만 본인은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K부장판사 딸이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한 미인대회에 출전해 1위를 했고, K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로부터 중고 외제차를 구매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K부장판사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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