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범죄 저지른 서민 중점
“중소 상공인 등 재기 기회 취지”
강력범죄·음주운전자도 제외

현 정부 들어 세 번째인 이번 특별사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일관된‘특별사면 원칙’이 지켜진 것으로 풀이된다. 2014년 설 특사와 지난해 광복절 특사와 마찬가지로 민생사범이 중심이 됐고 비리 정치인은 배제됐다. 경제인에 대한 사면도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향후 사면에서도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도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서민들이 중점 사면대상이 됐다. 특별사면의 혜택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집중시켜 재기의 기회를 주고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민생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형사처벌이나 행정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ㆍ영세 상공인과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다시 생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데 취지를 뒀다”고 설명했다. 특별사면을 받은 일반 형사범 4,803명 중 중소ㆍ영세 상공인과 농ㆍ어업인은 1,064명으로 22%에 달한다. 주로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거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다가 부득이하게 돈을 못 갚는 등 재산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대상에 포함됐다. 또 70세 이상 고령자 중 모범수형자 40명과 1~2급의 신체 장애를 가진 수형자 10명, 부부수형자 10명도 형 집행을 면제받거나 감경받았다. 그러나 살인ㆍ강도ㆍ성폭력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한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올해에도 사면대상에서 전면 배제됐다.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최소 사면 원칙도 지켜졌다. 이재현 CJ 회장에 대해서는 특별사면과 복권이 이뤄졌지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전 LIG 넥스원 부회장 등은 모두 제외됐다. 이에 대해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 회장의 경우)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만한 이유가 있어서 형집행정지까지 됐는데 이번 사면에서 인도적 배려가 있었다”며 “(복권은) 향후 경제 등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에서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현중 전 한화그룹 부회장, 홍동욱 전 한화그룹 여천NCC 회장만 포함, 사실상 최 회장을 위한 ‘원포인트 특사’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이번 특사에는 음주운전을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2014년 설 특사에서 음주운전자가 모두 배제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특사에서도 단 한 차례라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은 배제됐다. 최근 대형 교통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만큼 난폭운전이나 교통 사망사고를 낸 사람도 모두 빠졌다. 광복 70주년이었던 지난해 광복절 특사에서만 예외적으로 음주운전 1회 적발자 22만7,000여명을 감면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올해는 횟수와 상관없이 음주운전으로 행정제재를 받은 사람들은 감면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박 대통령은 역대 정권에 비해 사면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패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은 원칙을 어긴 것이며 경제정의와 사법정의의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이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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