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위, 1위였던 대전 4위로
전북ㆍ전남ㆍ충북 최하위권 기록
농어촌 지역은 모두 평균 이하
“정부가 열악한 지역 책임져야”
같은 한국이라도 어떤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아동의 삶의 질이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회복지 예산 비중이 높고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의 아동이 보다 양질의 삶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와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12일 이 같은 내용의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종합지수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10~12월 전국 16개 광역시ㆍ도(세종 제외)의 8세(초등학교 3학년), 10세(초등 5년), 12세(중학교 1학년) 학생 8,685명을 학부모와 함께 설문한 결과로, 2012년과 2013년에 이어 세 번째 관련 연구다. 삶의 질 지수는 건강, 행복감, 인간관계, 경제상황, 안전, 교육, 주거, 인성 등 8개 영역을 종합 산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 삶의 질 지수가 평균(100)보다 높은 시ㆍ도는 7곳으로, 대구 울산 부산 대전 서울 인천 광주 순이었다. 1위 대구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8개 영역 모두에서 가장 점수가 높았다. 이전 두 차례 조사에서 모두 1위였던 대전은 4위로 내려갔고, 직전 조사 때 4위였던 서울은 순위가 한 단계 떨어졌다. 반면 전북 전남 충북은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다만 8개 영역 중 핵심적 지표 10개를 골라 지난 두 차례 조사와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아동의 평균적 삶의 질은 큰 변동 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첫 조사와 비교할 때 최상위(2위)에서 최하위(15위)로 떨어진 충북이나 8위에서 1위로 올라선 대구처럼 아동의 삶의 질이 급변한 지방자치단체도 없진 않지만, 대부분 지역의 순위는 제자리걸음 혹은 소폭 변화에 그쳐 지역에 따른 삶의 질 수준이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최상위(대구ㆍ123.23)와 최하위(전북ㆍ83.71)의 삶의 질 지수 차이가 40에 달할 만큼 지역별 격차가 크다.
기초자치단체 유형별 분석에선 대도시의 아동 삶의 질 지수가 110.7로, 중소도시(98.38)와 농어촌(90.91)보다 월등히 높았다. 8개 하위 영역 중 중소도시가 평균을 넘은 영역은 2개뿐이었고 농어촌 지역은 전무했다. 특히 농어촌은 교육(89.89), 안전(89.35) 부문에서 삶의 질 지수가 90에도 못 미치며 열악한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16개 시ㆍ도의 삶의 질 지수와 각종 사회지표의 상관관계도 분석했다. 그 결과 예산 중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높을수록, 재정자립도가 높을수록 각각 해당 지역 아동의 삶의 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재정 여건이 양호한 지역에 사는 아동이 보다 윤택한 삶을 누리는 셈이다. 또 아동 인구 대비 아동학대 피해 사례가 많은 지역에서 삶의 질이 낮은 경향도 강하게 나타났다.
책임연구자인 이봉주 서울대 교수는 “아동에게 동등한 출발선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중앙정부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아동복지 예산을 책임지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조안 서울대 교수는 “농어촌 지역 아동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만큼 교사 및 사회복지사 파견 등의 방식으로 아동의 교육ㆍ복지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아동지표 연구그룹인 칠드런스월드 주관으로 15개국에서 동시 진행 중인 국제연구의 일환이기도 하다. 각국 아동 삶의 질을 비교 분석한 결과는 내년 발표된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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