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엘, 여자 흑인 첫 수영 금
두 손이 동시에 터치패드를 찍었다. 순위를 알리는 전광판에는 두 명의 이름 옆에 ‘1’이 표시됐다.
1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수영 자유형 100m 결승전에서 페니 올레크시아크(16ㆍ캐나다)와 시몬 마누엘(20ㆍ미국)이 동시에 52초70으로 경기를 마치면서 공동으로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수영에서 공동금메달이 나온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여자 자유형 100m, 2000년 시드니 대회 남자 자유형 50m에 이어 세 번째다.
둘은 이날 50m 구간에서 마누엘은 25초24를 기록하면서 3위에, 올레크시아크는 25초70으로 7위였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호주의 케이트 캠벨(24)과 브론트 캠벨(22)이 각각 1,2위를 다투며 앞섰다. 하지만 캠벨 자매가 갑자기 뒤쳐졌고, 마누엘과 올레크시아크가 힘을 내 역전승부를 펼쳤다. 둘은 동시에 터치패드를 찍고 전광판을 확인한 뒤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마누엘은 “전광판에서 내 이름 옆에 1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공동금메달이 나올 확률은 100분의1. 올림픽 공식 타임 키퍼인 오메가는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100만분의1초까지 측정할 수 있는 타이머를 도입했지만, 국제수영연맹(FINA) 규정에 따라 이전처럼 100분의1초 까지만 따져 기록을 제공한다.
16년만의 공동금메달 기록뿐 아니라 둘은 여자 수영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날 경기로 마누엘은 올림픽 여자 수영에서 금메달을 딴 사상 첫 흑인 선수가 됐다. 앞서 1972년 몬트리올올림픽(네덜란드의 애니스 브리지타), 2004년 아테네올림픽(미국의 마리자 코레이아)에서도 흑인 여자 수영 선수가 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은메달과 동메달에 그쳤었다.
마누엘은 이날 “이 메달은 나의 것이 아니라 내가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앞선 세대의 사람들, 그리고 흑인이어서 수영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라며 “나도 수영을 하려는 어린 소녀들이 이 자리까지 도달하게 하는 동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선수촌에서 마누엘과 같은 방을 쓰는 ‘여자 펠프스’ 케이티 러데키는 “금메달을 딴 마누엘이 몹시 자랑스럽다”고 축하했다.
공동수상자인 올레크시아크도 이번 올림픽에서 개인종목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캐나다 역대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올레크시아크는 이번 올림픽에서 벌써 메달을 3개(접영 100m, 800m 계주)나 확보하면서 세계적인 수영 스타로 발돋움했다.
한편 이날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케이트 캠벨은 6위에, 동생인 브론트 캠벨은 4위에 차지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