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금지 내용을 담고 있는 일본 헌법 9조가 제정 당시 일본 총리의 제안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다고 도쿄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그동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포함한 일본의 우익세력은 일본 헌법이 전승국의 일방적 강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어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온바 있다. 때문에 이번 발견 자료는 우익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신문은 헌법 9조가 시데하라 기주로(幣原喜重郞ㆍ1872∼1951) 전 총리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는 설을 뒷받침하는 더글러스 맥아더 전 연합국총사령부(GHQ) 사령관의 편지 내용을 전했다. 호리오 데루히사(堀尾輝久) 도쿄대 명예교수가 발견한 이 편지에 따르면 맥아더는 “전쟁을 금지하는 조항을 헌법에 넣자는 제안을 시데하라 전 총리가 했다”며 다카야나기 겐조(高柳賢三ㆍ1887∼1967) 전 헌법조사회 회장에게 내용을 전달했다. 시데하라는 1945년 10월부터 1946년 5월까지 제44대 총리로 재직한 인물이며 헌법제정에 관여했다.
맥아더 당시 사령관은 1958년 12월 15일 다카야나기 전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데하라 전 총리의 제안을 받고서) 놀랐다. 총리에게 마음으로부터 찬성이라고 말하자 총리는 명백하게 안도하는 표정을 보여 나를 감동시켰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시데하라 총리가 새로운 헌법의 초안을 만들 때 전쟁과 무력보유를 금지하는 문안을 넣도록 제안했습니까”라는 다카야나기 전 회장의 서신 질의에 대한 답장에 나와 있다.
호리오 교수는 다카야나기 전 회장이 일본 헌법의 제정 과정을 조사하기 위해 1958년에 미국에 건너갔고 맥아더 전 사령관과 서신을 교환했다는 사실에 주목, 일본 국회도서관이 보관하고 있는 헌법조사회 관계자료를 뒤져 올해 1월 영문 편지와 헌법조사회가 작성한 일본어 번역문을 발견했다. 이번에 발견된 자료는 일본 헌법은 패전 직후 점령군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일본 내 개헌세력 등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헌법 자체가 점령군의 손의 의해 만들어진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면서 일본이 자신의 손으로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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