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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내국인 카지노 폭탄’의 운명은

입력
2016.08.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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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가운데) 강원도지사와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 등 강원지역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만금에 제2의 내국인 카지노 허용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최문순(가운데) 강원도지사와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 등 강원지역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만금에 제2의 내국인 카지노 허용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 ‘내국인 카지노’ 폭탄이 터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전북 군산)이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에 대해 여기저기서 반발이 쏟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당장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가 있는 강원도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최문순 강원지사와 여야 강원도 국회의원들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의 ‘새만금 내국인카지노’ 추진을 두고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내국인 카지노 설립 문제는 정치권의 선심성 카드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제2의 내국인출입허용 카지노 설립 입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는데요.

현재 전국에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는 강원 정선의 강원랜드 뿐입니다. 국민의당은 또 다른 내국인 카지노를 새만금에 짓겠다고 나선 것이구요. 때문에 강원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곳에 내국인 카지노가 들어서는 것은 기존 정선 강원랜드 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이들은 “강원랜드는 단순한 카지노 산업이 아니다. 폐광으로 인한 지역 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한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내국인 카지노를 2025년까지 독점적 지위를 허용한 것”이라며 “그런데 24조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 새만금 사업의 지연을 이유로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이어 “새만금에 제2의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한다는 것은 폐광지역 자립경제 기반을 흔드는 것은 물론이며 제주와 부산, 인천 등 전국의 각지에서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카지노 설립 요청이 봇물처럼 쇄도할 것”이라며 “지역이기주의에 빠진 대한민국이 카지노 공화국으로 가는 단초가 될 것이 분명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최 지사는 “대한민국이 경제 건설을 해 나갈 때 강원도가 에너지의 40%를 탄광지역에서 제공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숨지고 후유증이 아직도 이 지역에 남아 있다. 보상을 위해 강원랜드를 세워놨는데, 지역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라며 “그런 와중에 다른 지역의 카지노 논의가 진행되면서 폐광지역 주민들이 엄청난 상처를 받는다는 점 이해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고자 한다”며 호소했는데요. 강원도의회(의장 김동일)도 전날인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국인 카지노가 추가 설립된다면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제3, 제4의 내국인 카지노 설립이 우후죽순처럼 뒤따를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실제로 또 다른 지자체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규제프리존 특별법 시ㆍ도 지사 간담회’에 참석해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하루 빨리 입법화 해야 한다며 규제 특례 차원에서 북항재개발지에 오픈 카지노(내국인 카지노) 설립을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습니다. 그는 이미 북항재개발지에 미국 카지노 그룹 ‘마리나베이 샌즈’가 내국인 카지노 설립을 전제로 5조원 규모의 투자 의향을 밝혔다며 정부가 허가 해주길 바란다고 했는데요.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설립을 위해 관련 법 개정에 나서고 있는 김관영 의원 측도 역시 이런 비판과 우려를 모르지 않다고 했습니다. 김 의원 실 관계자는 “새만금 개발을 앞당기고 침체된 있는 전북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심하던 끝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 건설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비판과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며 그 대책 마련도 꼼꼼히 따져 보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나 예상 보다 반발과 비판의 강도가 거세지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당내 전북 지역 의원 중에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당장 결론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차근차근 설득을 해 나가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는데요.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을 뺀 299명 국회의원 전원에게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설립을 추진하게 된 이유를 담은 친전(親傳)을 보냈습니다. 김 의원은 친전에서 45년 동안 카지노를 불허해 온 싱가포르가 많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도입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우리는 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의 얘기가 눈에 띕니다.

[편지 발췌] ────────────────────────────

리센룽 총리도 처음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하였습니다. “싱가포르에 카지노 시설을 개설하면 경제적 이익이 있을 수 있으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경미하지 않습니다. 게임에 대한 접근이 보다 용이해지고 심지어 매력적이므로, 도박을 한층 더 조장하게 되고 게임중독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카지노는 또한 자금세탁, 사채 및 조직범죄 등의 부정적인 활동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향을 경감시키기 위하여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사회적인 관습과 태도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보다 서서히 퍼지게 되어 막기 더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3년 후인 2005년, 리센룽 총리는 복합리조트 도입을 결정하며 이렇게 밝힙니다.

“싱가포르에서 진정한 문제는 수십억 달러가 소요되는 전체 관광 복합투자프로젝트를 구성하는 경제적 투자가 게이밍 요소(카지노)로 인하여 거부되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도박의 위험과 어리석음에 대해서 가르침으로써 복합리조트가 싱가포르에 유리한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힘을 모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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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새만금 카지노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고 했습니다.

[편지 발췌] ────────────────────────────

“두 곳의 복합리조트 도입 이후 싱가포르는 2009년 마이너스(-) 0.8%에 불과하던 경제성장률이 1년만인 2010년에는 14.8%로 급등하였습니다. 지금은 매년 2,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있고, 복합리조트 한 곳에서만 3만3,000명이 고용되었습니다. 특히 고용인원의 약 60%정도가 35세 이하의 젊은 층이 주로 고용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저는 새만금에 대규모 복합리조트, 제2의 마리나베이샌즈를 건설해 내고자 합니다. 단순한 카지노 시설이 아니라 호텔과 컨벤션시설, 전시, 쇼핑센터, 놀이시설들이 결합된 복합관광시설입니다. 카지노시설은 전체의 3%미만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미래성장동력인 관광산업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30년간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사업에 일대변화를 가져와 대규모 후속투자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명한 한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새만금에 마리나베이샌즈 규모의 복합리조트가 건설될 경우 향후 5년간 생산유발 효과만 23.5조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8.9조원, 일자리 23만개가 창출되고, 매년 1조원정도의 세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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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행성 조장 등 큰 사회 문제인 도박 중독과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에 대한 나름의 대책도 내놓았습니다.

[편지 발췌] ────────────────────────────

“내국인들의 카지노 출입으로 인한 폐해는 강원랜드(입장료 9,000원)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엄격한 입장통제(10만 원 정도의 입장료 징수, 사회취약계층의 입장 불허)와 강력한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강력한 규제기관 신설, 도박 예방프로그램도입 등)으로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

또 싱가포르도 하지 못한 국부유출방지를 위한 다양한 장치(이익금의 일정부분은 반드시 한국에 재투자하도록 함, 카지노 부분의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별도의 특별기금 부과 등)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새만금복합리조트에서 나오는 수입금은 강원랜드와 강원도를 최우선적으로 배려하되 17개 시ㆍ도에 균등 배분할 수 있는 조치도 강구해 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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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내국인 카지노’ 폭탄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전북 군산)이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에 대해 여기저기서 반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내국인 카지노’ 폭탄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전북 군산)이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에 대해 여기저기서 반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동료 의원들을 향해 호소했습니다.

[편지 발췌] ────────────────────────────

“대규모 복합리조트 건설에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내국인출입카지노에 대해 처음에 저도 상당한 부담과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극복의 대상이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저도 정치인이기에 카지노 국회의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이슈를 만들지 말고 가만히 있을까 하는 고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절박한 현실과 새만금개발의 지지부진함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복합리조트 건립이 지금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용기를 내었습니다. 앞으로 국회에서 법 통과과정까지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저는 반대하시는 분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토론해서 그분들의 걱정이 최소화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청년들의 고용절벽 앞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지금, 정말 무엇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길인지 의원님께서 함께 고민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법안 발의자료를 함께 첨부하여 드립니다. 잘 살펴보시고 용기를 내시어 법안 발의에도 함께 해 주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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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지역 의원으로서 전북 경제 발전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입법으로 추진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뜨거워도 너무 뜨거운’ 내국인 카지노를 꺼내 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 시간 논란의 중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건설은 외국 자본 유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내국인이 가서 쓴 돈이 외국 기업의 주머니로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진통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죠. 이미 서울, 영종도, 부산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외자 유치를 통한 카지노 유치 움직임이 있었지만 속도가 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국민의당은 대한민국을 도박중독, 망국의 길로 내몰 셈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김관영 의원은 카지노자본 마리나베이샌즈사가 내국인 카지노 허용시 5조~10조원의 투자 의향을 밝혔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미국계 카지노 자본인 샌즈는 막대한 자본 투자를 명목으로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오픈 카지노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샌즈는 서울 잠실에 11조원 규모의 오픈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제안했다가 서울서울부터 퇴짜를 맞았고, 지금은 부산시와 협상 중이나 서병수 부산시장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시민 단체 등의 거센 반대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어 “그들(해외 자본)이 노리는 것은 중국 관광객도 일본 관광객도 아닌 한국인”이라며 “따라서 새만금이든 부산이든 진해든 제주든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자금의 국외유출에 대한 부분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정당 조직이 해야 할 일”이라며 비판했는데요.

10일 오전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15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15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역시 뜨거운 감자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 입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0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관영 의원의 내국인 카지노 유치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새만금에 내국인 카지노를 유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기 때문에 더 토론해볼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카지노는 도박 사행성 문제 있으므로 당론 발의는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도 박 위원장은 “언제까지 강원랜드가 카지노를 독점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있다. 개인적으로 김관영 의원의 카지노 유치를 강하게 지지하며, 당에서도 지원하겠다”고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지역 개발 공약을 하나라도 더 내놓아야 할 국민의당 입장으로서는 비록 다른 지자체의 반발이 있더라도 내국인 카지노를 해볼 만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당분간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를 두고 정치권이 시끌시끌해 질 것 같습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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