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만 혜택ㆍ현금 지급 등 유사
市 “정부도 청년수당 공감한 것”
직권취소 처분 철회를 요구
고용부는 서울시 비난 계속
“청년수당은 일자리 기회 박탈”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구직 활동 수당(구직수당) 도입은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을 의식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간 청년수당의 지급 규모와 방식을 비판했던 중앙정부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청년들의 취업성공패키지 이탈을 막으려고 일종의 ‘고육지책’을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청년수당을 ‘선심성 제도’라고 규정하는 등 서울시를 의식한 발언을 수 차례 반복했다. 이 장관은 이날 “취업알선 단계에서 수당이 없다 보니 일부 청년들이 서울시 청년수당으로 이전하고 있다”며 “(하지만) 서울시 청년수당은 오히려 일자리 기회의 박탈이 될 수 있다”고 혹평했다. 그는 또 “볏짚 태우듯 잠시 부르르 타다 꺼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년수당 시행 열흘 만에 예정에도 없던 ‘깜짝 발표’가 이뤄진 점도 서울시에 맞불을 놓은 형국이다. 이날 고용부 관계자는 “청년희망재단과 연계한 사업을 검토해보라는 지시가 최근에야 내려왔다”면서도 정확한 시점에 대해서는 본질이 아니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지원대상 규모와 방식 역시 서울시 청년수당과 판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용부는 그간 청년수당이 일부 청년에게만 혜택을 주는 등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해왔지만 구직수당 역시 전체 참여자의 10~30% 정도에게만 돌아간다. 또 구직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현금으로 직접 지원해준다는 점도 같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제도에 참여한 사람한테 주느냐(정부), 아니면 스스로 알아봐서 구직 활동을 한 사람에게 주느냐(서울시)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원리 자체는 똑같다”며 “고용부는 적극적 구직자를 대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 청년수당과의 차이라고 강조하지만, 청년수당 역시 활동계획서를 통해 취ㆍ창업과 진로모색, 역량강화 의지를 밝힌 사람만을 지원하며 매월 활동보고서를 통해 사업 취지에 맞게 사용됐는지 점검할 계획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고용부가 구직수당과 청년수당의 차이점을 부각하며 각을 세운 것과 달리 서울시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서울시는 “현금 지급으로 청년들의 어려움을 보전해 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데 고용부도 공감한 것”이라며 “청년을 두텁게 보호하는 게 중요한 만큼 (구직수당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의 청년수당 직권취소 처분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필요와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청년정책에 혁신이 필요하다”며 “복지부가 서울시 청년수당에 대한 직권취소 처분을 마땅히 철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가 하는 것은 되고 서울이 하면 직권취소인가요? 차이를 강조하기 보다는 같은 점을 먼저 보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마음이 절실합니다. 청년수당은 죄가 없습니다. 직권취소는 명분을 잃었습니다”라고 적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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