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ㆍ개선된 경제지표ㆍ기업 실적 호조 힘입어
유가 급등도 영향
시장 “급격한 상승세 조정 받을 것”
미국 증권시장의 주요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점을 경신한 데 이어,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도 연중 최고점을 재차 뛰어넘었다. 각 국의 경쟁적인 통화완화정책으로 급격히 불어난 유동성이 양호한 경제흐름을 보인 한국ㆍ미국의 증시에 몰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67포인트(0.08%) 오른 2,050.47로 마감했다. 이달 3일(1,994.790)에 머물렀던 코스피 지수는 다음날 2,000선을 돌파한 뒤 7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 중 한 때 2,06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거래일보다 1.85포인트(0.26%) 상승한 705.18로 장을 마쳤다.
전날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동시에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운 게 호재로 작용했다. 11일(현지시간) 다우ㆍS&P500ㆍ나스닥 지수는 모두 상승 마감하며 최고점을 넘어섰다. 이들 지수가 같은 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건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1999년 12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특히 ▦통화완화정책으로 풍부해진 유동성 ▦혼재된 경제지표 중 시장이 고용ㆍ산업생산 등 양호한 지표에 주목하면서 경기 개선 기대감 ▦기업들의 예상 밖 깜짝 실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 주가가 연일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위원은 “S&P500 상장기업 중 70% 이상이 2분기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며 “경제지표들은 엇갈린 신호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다른 나라보다 좋은 것으로 여겨지면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음 달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공식 회담에서 유가 정상화 대책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도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11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78달러(4.27%) 오른 배럴당 43.49달러에 거래됐다.
이런 대외 분위기에다, 지난 8일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AA로 상향 조정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투자자금이 쏠리고 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16억원, 997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한국ㆍ미국 증시가 이 같은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캐나다 자산운용사 글러스킨셰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기성 자금이 미국 증시에 대거 흘러들어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임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1.2%)이 예상치를 밑돈만큼 주가가 조정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고,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세는 지속되겠지만 원ㆍ달러 환율 부담 등으로 그 강도는 약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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