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세 번째 위헌심판을 앞두고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형걸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모(2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신도인 장씨는 지난해 12월 현역병 입영 통지서를 받았으나 “전쟁 준비를 위해 총을 들 수 없다”며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불구속 기소됐다.
이 판사는 “국가는 기본권과 다른 헌법가치 사이에 충돌이 있는 경우 이를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대체복무제 같은 대안이 가능함에도 아무런 노력없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형사처벌만을 감수토록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유엔인권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시행을 권고하고 있고, 실제로 징병제를 택한 많은 나라들이 대체복무제로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의 충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국방의 의무는 전 국민의 현역 복무로 한정되는 게 아니라 국가안전 보장에 기여할 의무 등을 포괄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총을 들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영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은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지난 6월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4단독 류준구 판사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21)씨 등 2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류 판사 역시 “이 종파의 신자에게 입영을 무조건 강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다수가 이런 판결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1,297명)의 63.4%(822명)가 “대체복무제를 허용하지 않은 채 병역 의무만을 요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답이 나왔다.
이제 관심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세 번째 위헌 심판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 3명이 병역거부자를 처벌토록 한 현행 병역법 88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재가 이 사건을 심리 중이다.
헌재는 지난해 7월 여론 수렴을 위해 공개 변론을 열었으며, 조만간 위헌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헌재는 이 법 조항에 대해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양심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대체복무제)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게 합헌 결정의 이유였다.
병역법 88조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다수 판사는 이를 근거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복무 기간에 상응하는 1년 6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 처벌을 받는 남성은 매년 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