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방치 어머니도 징역 3년
태어난 지 3개월 된 딸을 학대하고 고의로 2차례 바닥에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아버지에게 법원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유기ㆍ방임 혐의로 기소된 어머니에게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부장 이언학)는 12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박모(23)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또 남편의 학대행위를 제지하지 않고 아이를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한 혐의(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유기·방임)로 기소된 박씨의 아내 이모(23)씨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 부부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한 생명을 양육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책임감과 절제심, 부부 사이의 깊은 신뢰와 애정을 갖추지 못했던 어린 부모가 자신들이 만들어낸 소중한 생명의 빛을 스스로 꺼트린 비극적인 사안”이라며 “그러나 단순히 철부지 부모의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하기에는 그 결과가 너무나도 참혹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스로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생후 80일의 피해자가 온 몸에 멍이 들고, 여러 곳의 뼈가 부러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오직 부모를 향해 살려달라고 우는 것 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피고인 박씨는 짜증이 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울음을 외면했고, 더 이상 울 힘조차 없는 상황이 된 피해자를 그대로 둔 채 잠을 자러 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두개골이 함몰되고, 곳곳의 뼈가 부러지고, 온 몸에 멍이 든 상태로 약 80일 동안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면서 “피고인들의 연령, 환경,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박씨에게 징역 20년을, 이씨에게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부분은 인정했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박씨는 3월 9일 오전 5시 50분쯤 부천시 오정구 자신의 집 안방 아기 침대에서 깨 우는 딸을 떨어뜨려 다치게 하고 계속 울자 바닥에 재차 던져 두개골 골절 등을 입힌 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1월 26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딸이 분유를 먹지 않고 계속 운다는 이유로 8차례에 걸쳐 뺨을 때리고 팔을 잡아 당겨 탈구되게 하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씨는 두개골 골절상 등을 입은 딸을 병원에 데려가기 전 피가 묻은 딸의 배냇저고리 등을 세탁하고 바닥의 피를 닦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그는 사망진단서 위조법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시도하기도 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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