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무임승차자의 80일
정다훈 지음
서해문집 발행ㆍ208쪽ㆍ1만1,800원
재일조선인
미즈노 나오키, 문경수 지음ㆍ한승동 옮김
삼천리 발행ㆍ272쪽ㆍ1만5,000원
일제의 흔적을 걷다
정명섭 외 4인 지음
더난출판 발행ㆍ404쪽ㆍ1만5,000원
임정요인들이 8.15 광복을 맞아 귀국을 앞두고 중경연화지 임정청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사람의 가치관과 취향, 태도에는 태어나고 자란 시대의 역사가 켜켜이 담겨있다. 예컨대 중국이 현 영토를 중국사의 공간적 범주로 규정해 동북공정을 시도할 때도, ‘우리 역사를 왜곡한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한국의 시각에도 당대 거쳐 간 역사, 그 역사가 만든 지배적 문화가 인장처럼 뇌리에 새겨져 발현된다. 다민족국가인 중국이 ‘중국 영토 내 역사=중국사’란 개념을 정립한다면, 우리는 근대 국민국가의 인식 틀을 국민국가 체제가 아니었던 고대사에 투영하고 있다. 요컨대 인간은 구조 안의 동물이라는 것. 광복 71주년을 맞아 출간된 ‘일제 관련 신간’들은 식민지 조선, 이후 한일 관계에 관한 현재의 시각을 집약하고 있다.

‘평화무임승차자의 80일’은 중국 다롄부터 베이징, 룽징, 단둥을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일본 후쿠오카까지 이어지는 독립운동가 탐방기다. 이회영, 안중근, 김산, 윤동주, 김 알렉산드라 스탄케비치가 활동했던 장소, 투옥된 감옥을 찾고 활동상을 촘촘히 기록했다. 독립 운동가들과의 가상 대화 등 초ㆍ중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집이 친절하다. 다만 ‘우리가 누리는 일상이 누군가의 치열한 싸움으로 얻어진 것임을, 우리는 그 희생에 기대어 평화에 무임승차한 것’이라는 익히 알려진 교훈적 메시지를 반복하는데 그친 점은 아쉽다.

‘일제의 흔적을 걷다’는 제목처럼 한국에 남아 있는 일제의 흔적을 소개한 답사기다. 용산 미군기지의 일본군 관사와 감옥, 남산의 신사(神社) 초석,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대의 조선총독부 중앙시험소 등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건물과 유적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일제강점기 건축물 중 침략 전쟁과 수탈 통치의 중심에 있었던 곳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찾아가는 길까지 친절하게 소개하는 기행문 형식의 책이지만, 각 공간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을 세밀하게 훑는다. 치욕의 공간이 얼마나 무심하게 버려졌거나, 재개발됐는지를 건조하게 서술해 오히려 교훈적이고 고리타분한 주제의식에서 벗어났다.

‘재일조선인: 역사, 그 너머의 역사’는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근대사 전문가인 미즈노 나오키 교수와 재일 2세 학자인 문경수 교수가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재일조선인의 사회사다. 앞의 두 신간이 일제 과거를 탐방한다면, 이 책은 일제가 낳은 호모사케르, 재인조선인이 작금의 한일 두 나라에서 어떤 식으로 대우 받고 해석되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근 100여년에 걸친 양국의 관련 사료를 토대로 재일조선인의 탄생과 정착, 재일조선인 2ㆍ3세를 소개해나간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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