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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를 쪼개고 쪼갠 물리학자들 이야기

입력
2016.08.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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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원자

이강영 지음

사이언스북스 발행ㆍ376쪽ㆍ1만8,500원

천재 물리학자로 알려진 리처드 파인만은 그의 유명한 강의에서, 만약에 모든 과학적 지식들이 사라지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 과학 지식을 단 한 문장으로 남겨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영원히 운동을 계속하는 작은 입자로서 거리가 어느 정도 이상 떨어져 있을 때에는 서로 잡아당기고, 외부의 힘에 의해 압축되어 거리가 가까워지면 서로 밀어낸다’는 원자가설(atomic hypothesis)이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20세기가 시작된 이래 과학, 특히 물리학의 역사를 살펴 보면 과학자들은 원자를 아원자(sub-atomic) 수준으로 쪼개고 또 쪼개어 그 내부를 들여다 봄으로써 물질과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입자물리학에 전적으로 매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원래 ‘원자(atom)’라는 말이 더 이상 나눌 수 없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atomos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척 역설적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 어마어마해서 지난 세기 이래 우리 문명을 회반죽처럼 주물러 원자력 에너지와 전자기술이 지배하는 현대를 탄생시켰다.

이론물리학자의 에세이집인 이 책은 입자물리학의 기초 개념과 이론과 실험을 통해 검증해낸 천재 물리학자들의 개성과 인간적 면모, 새 입자를 찾기 위해 사용한 방법과 실험, 원자로나 가속기와 같은 거대한 시설의 건설과 가동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들에 관한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20세기 역사 속에서 명멸해간 수많은 천재 과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필생의 추구가 필자의 솜씨 좋은 묘사로 생생하게 되살아 난다.

“라비가 가난에서 온 건강함을 기반으로 솔직하고 개방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졌다면, 오펜하이머는 날카롭고 모호한 성격에 세련된 교육이 가져다 준 열정과 냉소가 뒤섞인 성격을 지녔다.” 유대계 미국인이었던 물리학자 이시도어 라비와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비교한 이런 대목은 소설가의 표현 못지 않다.

가속기가 국가 안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미국의 한 상원의원의 날카로운 질의에 컬럼비아대학 출신 물리학자 로버트 윌슨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가속기는 좋은 화가, 뛰어난 조각가, 훌륭한 시인과 같은 것들, 즉 이 나라에서 우리가 진정 존중하고 명예롭게 여기는 것, 그것을 위하여 나라를 사랑하게 하는 것들과 같은 것입니다. 이 가속기는 우리나라를 직접 지키는 일에 쓰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가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과학 설비는 물론 과학자와 그들의 존재 이유를 이보다 더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책에 실린 4부 38꼭지의 글 모두를 소화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과학자들의 활동과 업적을 되살려낸 이야기 속에 표준모형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입자들 이를테면 쿼크나 보손, 렙톤 등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물질의 붕괴, 대칭성, 초전도 등 이론 물리학의 기본 개념이 녹아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런 지식이 이 책을 읽는데 필수인가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과학자와 그들의 사고 방식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과학에 흥미를 갖게 해주고 과학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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