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진 한국 첫 리우올림픽 2관왕

4세트 시작. 여전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바람은 변덕스러웠지만 장혜진(29ㆍLH)은 한결 같이 침착했다. 장혜진의 손을 떠난 첫 두 발은 모두 10점. 새로운 챔피언을 예상한 관중들은 큰 환호를 보냈고, 매 세트 1,2점 차이로 바짝 따라 붙던 독일의 리사 운루흐(독일)의 얼굴에도 “게임이 끝났다”는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여자 양궁에 있어선 세계에 적수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대표팀의 맏언니인 장혜진이 1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개인전 결승에서 리사 운루흐(독일)를 세트점수 6-2(27-26 26-28 27-26 28-27)로 이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첫 2관왕의 탄생이다. 4년 전 런던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4위로 아쉽게 승선하지 못했던 그는 기보배(28ㆍ광주시청)가 개인ㆍ단체전 2관왕을 차지하는 것을 TV로 지켜봐야만 했던 아픔을 리우에서 2개의 금메달로 치유했다.
장혜진은 이날 준결승에서 기보배를 세트점수 7-3(19-25 27-24 27-24 26-26 28-26)으로 이기고 결승에 올라왔다. 바람의 영향이 많았던 준결승 경기에선 두 선수 모두 실수를 최소화하는 전술로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기보배는 평소와 달리 발사 포인트가 늦는 등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조금 더 차분히 경기에 임한 장혜진이 결국 승리했다.
대신 기보배는 동메달이라는 값진 수확을 거뒀다. 그는 3·4위 결정전에서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멕시코)를 세트점수 6-4(26-25 28-29 26-25 21-27 30-25)로 이겼다. 올림픽 2연패라는 가장 큰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한국에 소중한 메달을 추가한 것이다. 기보배는 마지막 세트에서 세 발 모두 10점을 쏘면서 동메달을 여유 있게 확정 지었다. 발렌시아가 8강에서 팀 동료인 최미선(광주여대ㆍ20)을 이기고 올라온 선수라는 점에서 기보배는 자연스럽게 동료의 복수에도 성공했다.
현 세계랭킹 1위로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최미선은 8강에서 탈락한 뒤 “바람만 신경 쓰다 보니까 자세에 집중을 못 했다”며 “이번 리우올림픽을 위해 준비 많이 했는데 허무하게 끝나버려서 아쉽다”고 눈물을 흘렸다.
남녀 단체전에 이어 여자 개인전까지 석권한 한국은 남은 남자개인전의 금메달까지 확보해, 사상 처음으로 양궁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모두 휩쓸겠다는 각오다. 이승윤(21ㆍ코오롱엑스텐보이즈)ㆍ구본찬(23ㆍ현대제철)은 이날 저녁 9시15분 16강전에 각각 나선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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