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합의 “2200만 가구 혜택”
박 대통령,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 오찬서
이정현 대표 누진세 완화 건의 수용
“당정청은 하나” 새로운 밀월시대
정부와 새누리당이 11일 올해 7~9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요금의 누진율을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당정은 전체 2,200만 가구가 평균 약 20%의 전기료 감면 혜택(총 4,200억원)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미 사용한 7월 전기요금에 대해선 누진율 인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월 100kWh 이하 전력을 쓰는 368만 가구는 제외돼 실제 혜택은 1,835만 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매해 여름 냉방기 사용 요금 폭탄을 안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자체를 손 보는 문제는 당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하면서 이정현 대표의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건의를 즉석에서 수용했고, 5시간 뒤 당정이 긴급 협의회를 열어 누진율 인하를 전격 결정했다. 9일 이 대표 취임 이후 ‘당청 밀월’이 시작됐음을 명징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박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를 통해 “당정청은 하나”라는 메시지를 정치권에 보냈다.
박 대통령은 “이상 고온으로 모두가 힘든데, 전기요금 때문에 집에서 냉방기도 마음 놓고 쓰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당과 잘 협의해 (누진제 개편안을) 조만간 발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누진제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이 대표의 제안에 대한 화답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누진제 완화를 비롯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반대했지만, 박 대통령이 이 대표와 새누리당에 ‘선물’을 준 것이다. 현재 6단계로 나뉘어 있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4.6~11.7배까지 늘어나게 설계돼 있어 ‘누진 폭탄’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컸다.
박 대통령은 또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농수축산업에 타격을 주고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오찬 참석자들의 지적에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김영란법 시행(9월28일) 전에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 농수축산물 선물 상한액(5만원)을 올려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선 “시행령은 모법을 넘을 수 없다”며 거듭 반대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김영란법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론적 내용이지만, 국무총리실의 시행령 재논의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1시간50분 간 진행된 청와대 오찬에서 이 대표는 개각과 광복절 특별사면 등 현안 관련 건의를 전달했다. 박 대통령이 이달 중 4~6개 부처를 대상으로 중폭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는 “탕평 인사, 균형 인사, 능력 인사, 소수자 배려 인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민생ㆍ경제사범이 잘못이 있지만 다시 한번 뛸 수 있도록 통 크게 사면해 달라”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말씀하신 여러 가지를 잘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특사를 12일에 단행하고, 개각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오찬이 끝난 뒤 박 대통령은 이 대표를 25분 간 독대해, 이정현 체제에 절대적 신임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에 국민이 바라는 것은 반목하지 말고 민생 정치에 모든 것을 바쳐 하나가 되라는 것”이라며 “당정청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정청은 완전히 하나, 일체, 동지가 돼야 한다”며 “집권 세력의 일원으로 책무를 다할 것을 다짐 드린다”고 답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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