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계열사에 공동요구안 제시
노조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
사측 “회사마다 근로조건 다르다”
전례 없어 전문가들도 의견 갈려
현대자동차그룹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공동교섭 요구에 불응하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노조와 전례가 없는 공동교섭엔 참여할 의무가 없다는 사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전문가들의 법리적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11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올해 4월부터 총 12개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7차례 공동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노조는 ▦자동차ㆍ철강ㆍ철도산업발전 미래전략위원회 구성 ▦재벌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 ▦통상임금 정상화 및 실제 노동시간 단축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요구안도 제시했다.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은 “공동요구안은 개별교섭에서 논의할 수 없는 주제이기 때문에 그룹차원의 공동교섭을 요구한 것인데 사측은 별다른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 등 30여명을 9일 부당노동행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하지만 사측은 공동교섭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각 회사별로 교섭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노조가 다른 형태로 교섭을 요구해왔다고 이에 무조건 응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또 각 회사마다 노무관리 방식과 근로 조건이 다른데, 단일한 교섭을 통해 이를 논의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법리적 해석 역시 엇갈리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속노조가 요구한 공동교섭은 산별교섭과는 다른 일종의 ‘확장된 개별교섭’으로 봐야 한다”며 “이 경우 각각의 개별교섭을 하나의 교섭으로 묶을지 여부는 각 사용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계열사 사용자들이 단일한 교섭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류하경 변호사는 “현대차그룹은 사실상 동일인이 전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하나의 회사로 봐야 하고, 현대차 노조 역시 금속노조라는 단일한 조합에 속해있다”며 “사실상 하나의 회사와 하나의 노조가 교섭을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측이 교섭을 회피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의 처벌 가능성이 적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정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교섭은 원칙적으로 사용자 대표와 노조 대표가 진행하는 것으로, 정 회장의 교섭 참여 여부가 부당노동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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