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신종마약 GHB를 생수통에 넣어 밀반입한 유명 외국인 DJ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GHB 수ℓ를 생수로 위장한 뒤 여행용 가방에 숨겨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 영국인 L(52)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L씨에게서 GHB를 공급받아 상습 투약한 약품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 최모(52)씨와 부사장이자 최씨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52)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L씨는 올해 6월 GHB 1.5ℓ를 플라스틱병에 담아 생수로 위장하는 등 올 들어 4차례나 같은 수법으로 마약을 불법 반입 혐의를 받고 있다. L씨가 들여온 GHB 3.78ℓ는 1,000여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며 시가로는 3억7,000만원 상당이다. GHB는 환각효과가 강하지만 물에 타 먹을 수 있는 등 투약이 쉬워 성범죄에 악용되는 신종 마약류다.
L씨는 2005년 미국 최대 대중음악상인 그래미상 ‘최고 전자ㆍ댄스음악 앨범’ 부문 후보까지 오른 유명 DJ로 지난해 국내 유명 호텔 및 서울 강남 일대 클럽에서 내한공연을 하기도 했다. 최씨 형제는 2012년 미국의 한 클럽에서 L씨로부터 “좋은 카페인 음료수가 있는데 마셔보라”는 말을 듣고 GHB에 중독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 형제는 중독 증상이 심해져 최근에는 1회 투약량의 20배에 가까운 5㎖의 물뽕을 물이나 음료수 등에 타 마셨다”며 “피의자들이 GHB를 다른 사람에게 강제 투약하는 등 다른 범죄 용도로 사용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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