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27 전당대회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11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PK(부산·경남) 지역에서 당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부산 시당 대의원대회는 문재인 전 대표 참석으로 다른 지역 행사와 비교했을 때 열기가 뜨거웠다. 문 전 대표는 대의원 한 명의 자격으로 참석했을 뿐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전대에서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지지를 얻어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라 행사장의 시선은 문 전 대표에게 쏠렸다. 실제로 문 전 대표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몰려들며 현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기호순) 후보 역시 문 전 대표를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김 후보는 문 전 대표와 악수를 하면서 “호남을 잘 지키겠다.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로 문 전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비주류 이종걸 후보도 웃으며 문 전대표와 어깨동무를 했다. 추 후보도 “대의원님께 인사드린다. 한표 부탁드린다”며 문 전 대표와 악수와 포옹을 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추 후보는 문 전 대표를 의식한 듯 “우리 후보를 지켜내고 1등 후보를 깎아 내리는 일은 못하게 하겠다. 그건 공정도 혁신도 아니지 않나”라며 “당이 더는 혼란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후보도 “우리가 정권교체를 확실히 할 수 있는 것은 문 전 대표를 비롯한 강력한 대선주자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당을 중심으로 대선후보와 함께 싸우고 지켜내겠다. 친문ㆍ비문 등 계파에 기대는 것은 유능한 대선후보를 감옥에 가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생각이 다르다고 패권집단이 다른 집단을 배제하는 정치는 안된다”며 “계파끼리 모이는 정치는 우리 당에서 없어져야 한다”면서 친문진영에 날을 세우는 등 차별화를 꾀했다.
후보들은 ‘노무현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추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계실 때 함께 해드리지 못한 것,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정말 죄송하다”고 했고, 김 후보는 “광주에서 ‘친문이 아니면 찍어주겠다’고도 하던데, 저는 노 전 대통령처럼 공과 사의 힘을 하나로 할 김상곤이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2002년 다수가 이인제 후보를 따를 때도 저는 노 전 대통령을 따랐다. 당시 수행실장이던 문 전 대표도 본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진지한 표정으로 후보들의 연설을 들으며 박수를 보냈고,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거나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는 모습도 보였다. 문 전대표는 행사 전 기자들에게 “지금 우리당은 변화도 필요하고 통합도 필요하고 확장도 필요하고, 또 그 힘들을 모아서 정권교체를 꼭 해내야 한다”며 “어떤 지도부가 바람직한지 아마 우리 당원들이 현명하게 선택해 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행사 중간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날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된 최인호 의원은 “문 전 대표를 유력한 후보로 생각하느냐”면서 “문 전 대표가 다음 대통령 후보가 되면 여러분들은 똘똘 뭉쳐서 부산에서 51%이상 득표하도록 많이 도와주시겠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한편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러온 문 전 대표는 이날 행사 뒤 상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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