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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과 ‘서울역’ 같고도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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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과 ‘서울역’ 같고도 다른 점

입력
2016.08.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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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서울역을 배경으로 한다. NEW 제공
‘부산행’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서울역을 배경으로 한다. NEW 제공

올해 첫 1,000만 영화 ‘부산행’의 시작은 애니메이션 ‘서울역’이다.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서울역을 배경으로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렸다. 연상호 감독은 ‘서울역’을 실사로 리메이크해보자는 배급사의 제안에 ‘서울역’ 다음날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산행’을 기획해 메가폰을 잡았다.

‘부산행’과 ‘서울역’은 거울처럼 서로가 서로를 비춘다. 좀비의 습격과 인간의 사투, 국가권력의 부조리,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척, 선의에 기반한 연대 등이 두 영화에 공통적으로 녹아 있다. ‘부산행’에서 생존자들이 대안가족을 이뤘듯, ‘서울역’에서도 가출 청소년의 생활공동체 ‘가출팸’이 등장한다. 두 영화는 좀비들이 파괴한 디스토피아적 풍경에 한국사회를 투영한다.

하지만 ‘서울역’은 ‘부산행’보다 한층 비관적이다. 집에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가출 소녀와, 돌아갈 집이 없는 노숙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 시선을 둔다. 서울역 지하도와 뒷골목으로 내몰린 그들은 좀비들에게 쫓기고 공권력의 총구에 가로막혀 어디서도 보호받지 못한다. 하늘로 날아오르거나 땅으로 꺼지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 선로가 끊겨 오도가도 못하는 부산행 열차보다 사면이 가로막힌 그 공간이 훨씬 폐쇄적이다. ‘부산행’은 가족애와 희생을 통해 희미하나마 희망 한 줄기를 길어 올렸다. 그러나 ‘서울역’은 찰나의 위안마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충격적 전개를 펼쳐낸다. 전작 ‘돼지의 왕’과 ‘사이비’에서 보여준 연 감독의 염세적 세계관이 ‘서울역’에서 총체를 이룬 듯하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으로 장르도 다르고 제작비도 10배 이상 차이 나는 두 영화의 연결 고리는 좀비가 된 가출 소녀다. ‘서울역’에서 가출 소녀 혜선의 목소리를 연기한 심은경이 ‘부산행’에 출연해 열차 안에 바이러스를 옮긴다. 같은 사람은 아니지만 이타적인 행동을 한 노숙인도 두 영화를 연결한다. ‘서울역’과 ‘부산행’은 그렇게 서로 끝과 끝이 맞닿아 하나의 세계로 연결되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순환한다. ‘부산행’ 열차는 ‘서울역’에서 출발하지만, 그 열차는 결국 ‘서울역’으로 되돌아온다.

10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서울역’ 언론시사회에서 연 감독은 “한국사회의 현재를 그대로 담아낸 영화가 ‘서울역’이라면, ‘부산행’에선 한국사회가 이러해야 하지 않냐고 당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서울역’이 개봉하면서 ‘부산행’의 내적인 의미도 달라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서울역’의 비관적 엔딩에서 관객들이 어떤 메시지를 얻는다면 그것이 또 다른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바람을 보탰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영화 '부산행'. NEW 제공
영화 '부산행'.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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