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E가 여는 제조업의 미래]<2>다쏘시스템코리아

“모의시험(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하면 약 500억원을 들여 도시 하나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다. 4대강 개발에 수십 조원을 들인 것을 생각하면 획기적이다.”

10일 서울 삼성동 아셈센터에서 만난 3D솔루션업체 다쏘시스템코리아의 조영빈(사진) 대표는 “컴퓨터응용과학(CAE)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로 모의시험하는 설계기술인 CAE는 항공, 자동차 등 주로 제조업에서 활용된다. 하지만 조 대표는 CAE의 활용 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도시 개발을 꼽았다. 시간이나 비용을 단축시켜 줄 뿐 아니라 삶의 질을 개선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도로 위치나 넓이 등에 따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해 지하도나 육교, 횡단보도 중 어느 것이 가장 안전할 지를 시뮬레이션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도 시뮬레이션이 주로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도시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유해 환경 대처에도 시뮬레이션이 유용하다. 그는 “바람의 방향을 시뮬레이션해서 원자력 발전소 등 유해시설을 어디에 지어야 할지를 파악하고 황사와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의 이동 경로를 미리 예측해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다쏘시스템과 제휴를 맺고 2014년부터 미래도시 설계를 위한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조 대표는 “싱가포르는 땅덩이는 그대로인데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중점에 두고 체계적으로 도시 개발을 하고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싱가포르에 여러 차례 방문하는 등 서울시도 이러한 개발 모델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쏘시스템은 1981년 프랑스 전투기 제조회사인 다쏘항공의 개발팀에서 출발했다. 현재기저귀 같은 생활용품부터 자동차, 건축물, 에너지, 우주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 3D 기술에 기반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고 있다.

1997년 다쏘시스템이 국내 업무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조 대표는 2007년부터 다쏘시스템코리아를 이끌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다쏘시스템의 CAE 프로그램 ‘시뮬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32% 늘며 성장을 주도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중견기업들도 CAE를 사용하는 회사들이 크게 늘어났다”며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CAE 대중화를 위해 아직도 해결 과제가 많다. 조 대표는 “새로운 시도인 만큼 기업들이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용하려고 할 때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며 “시뮬레이션을 통한 제품 인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등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CAE 대중화를 위해 다음달부터 처음으로 자격증 제도를 도입한 것과 관련해 “CAE는 이론보다 현장 경험이 더 중요한 기술”이라며 “인재 풀을 확대하기 위한 별도의 대책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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