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진제 완화 땐 전력 대란?
전력수급 비상 걸리는 시간은 낮
일반가정은 밤 9시 가장 많이 써
● 소득재분배 위한 누진제?
8년前 1구간 적용 가구 조사 때도
일반가구 94%, 기초수급 0.8%뿐
1인가구 늘었는데 제도 보완 안해
● 누진제 완화가 부자감세?
에너지 소비 중 전력 차지 비중
소득 낮은 가정일수록 더 커져

42년 된 징벌적 전기료 누진제와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자 정부는 7~9월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는 땜질 처방을 내 놨다. 그러나 정부는 누진제가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여서 개편할 경우 전력대란과 부자감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본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그 동안 발표된 통계나 연구 자료만 봐도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며 전기요금 체계의 전면 수술을 주문했다.
1. 저소득층 제도? 1구간 기초수급자 0.8%뿐
우선 전기요금 누진제가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실제 혜택을 보는 저소득층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6월 감사원의 ‘공기업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이 2008년 가정용 전기요금이 가장 싼 1구간(100㎾h 이하 사용) 요금(1㎾h 당 60.7원)을 적용 받는 3,025가구 중 2,171가구를 조사했더니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은 130가구(6.0%)에 불과했다. 특히 기초수급자는 단 18가구(0.8%)뿐이었다. 감사원은 “1인 가구가 2010년 이미 24%에 달해 100㎾h 이하 사용자의 대부분이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1인 가구(94%)로 바뀌었는데도 1구간 요금적용 가구 기준을 보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형편이 나쁘지 않은 1,2인 가구 때문에 누진제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별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2. 전력대란? 주택 전기 낮 아닌 밤에 피크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력 소비가 늘어나 2011년처럼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시간대는 통상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인 데 비해 주택용 전력 소비가 가장 높은 시간대는 주로 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1일 전력 수요 최대치 기록이 경신됐지만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최고전력수요는 8,497만㎾로, 지난 8일 기록 8,370만㎾를 뛰어넘었다. 더구나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였음에도 전력 예비율은 8.5%(예비력 719만㎾)로, 지난 8일 7.1%(예비력 591만㎾) 보다도 여유가 있었다.
반면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소의 2015년 8월 시간대별 주택용 전력소비계수를 보면 밤 9시가 1,330으로 가장 높았다. 일반적인 전력소비 최대치 시간인 오후 2시(1,016)나 오후 3시(1,017)에는 주택용 전력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력소비계수는 1∼24시 월평균 전력사용량을 한 시간 단위 전력사용량으로 나눈 뒤 1,000을 곱해서 구한다. 1,000 보다 높으면 평균보다 많이 썼다는 뜻이다.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특임교수도 “전력수요가 최대일 때 용도별 전력소비를 보면 주택용 전기 비중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3. 부자감세? 저소득층 전기부담 더 커
일반적으로 부자가 전기를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어 누진제를 완화하면 부자 감세가 될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도 설득력이 약하다. 현재 가정의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저소득층에게 오히려 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07년부터 3년 마다 실시하고 있는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에서 29.4%로 가장 높았다. 100만∼200만원 가구는 26.8%, 200만∼300만원 가구는 25.2%, 300만∼400만원 가구는 22.9%, 400만∼500만원 가구는 22.2%로, 소득이 높을수록 하락하는 추세였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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