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말라위에서 온 양궁 선수 아레네오 데이비드(21)가 11일(한국시간)가슴 벅찬 도전을 마쳤다. 말라위에서 양궁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선 데이비드는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개인 64강전에서 다비드 파스콸루치(이탈리아)에게 0-6(23-27 17-22 21-27)으로 졌지만 환하게 웃으며 다음을 기약했다.
데이비드에게 이번 무대는 의미가 크다. 개발도상국 등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와일드카드로 올림픽에 출전한 그에게 경기 승패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세계양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큰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라며 “올림픽에 와보니 과녁도 많고, 화살이 잘 부러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해왔다. 말라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54달러(약 40만원ㆍ2015년IMF기준)에 불과하다. 가난 탓에 제대로 된 양궁 장비를 갖출 수 없었던 그는 말라위의 주작물인 담배줄기를 쌓아 과녁을 만들고, 여기에 폐지나 계란판을 붙여 활을 쐈다. 그러다 보니 화살은 잘 부러졌고, 과녁은 쉽게 너덜너덜해졌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그가 꿈의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박영숙(56) 감독의 공이 컸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한국 양궁 국가대표로 출전한 박 감독은 이후 지도자 과정을 밟다가 봉사활동을 위해 찾았던 말라위에서 양궁을 가르치게 됐다. 박 감독은 “양궁 점수 계산을 위해 산수까지 가르쳐야 했다”며 “그래도 꿈이 현실로 이루어져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는 이번 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그는 “다음 올림픽에 와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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