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에어컨 사용 급증으로 한국에서 전기료 누진세에 대한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과 미국의 전기요금을 비교해봤습니다.
그 동안 고지서에 찍히는 대로 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중 어느 곳 전기요금이 더 높은지 미리 알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이동통신, 인터넷 사용요금이 한국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전기요금도 미국이 높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바로 그 누진체계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6월 미국 버지니아 주 비엔나의 우리 집(정확히 말하면 2년 계약 월세집) 전기요금 고지서를 토대로 한미 양국의 전기요금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6월(전력사용량 967 ㎾h) 120.43달러(13만2,000원) 가량을 냈지만, 한국이었다면 그 액수가 51만3,000원(네이버 전기요금 계산기 기준)에 달했을 것입니다. 한국이 미국보다 약 4배 가량 전기요금이 높은 것입니다.
기자가 거주하는 버지니아 비엔나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도미니언 전력회사’의 전기요금 산정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요금체계 (전력사용량 967 ㎾h 기준/ 단위: 달러)
< 주: 도미니언 전력 쳬계/ 구간별 발전비용은 추정>
같은 전력량을 한국(주택용 주거용ㆍ저압)에서 썼다면 다음과 같이 51만3,000원이 나옵니다.
한국 요금체계 (전력사용량 967 ㎾h 기준/ 단위: 원)
*네이버 전기요금 계산기 기준
요금 계산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전기요금이 미국보다 4배 가까이 높은 것은 누진요금 체계가 아주 촘촘하기 때문입니다. 100㎾h 구간마다 단위당 전력요금이 높아지고, 특히 500㎾h 이상 사용량에 대해서는 ㎾h당 요금(709원)이 그 이전 구간(417원) 대비 큰 폭으로 높아집니다. 반면 미국은 누진체계가 2단계에 불과하고, 월 사용량 800㎾h부터 시작되는 단위요금 인상 폭도 크지 않습니다.
미국의 민영 전력회사가 800㎾h 사용량을 누진체계가 시작되는 기준으로 삼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미국 일반 가정의 평균 전력사용량이 그 구간에 몰려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름철 냉방수요, 겨울철 난방수요 등 기본적 수요를 충족하는 수준까지는 징벌적으로 높은 요금을 매기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의 현행 전기요금 누진 구간은 10여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2015년 한국의 구매력기준 1인당 GDP는 3만5,000달러에 달합니다. 소득이 늘면 전기도 더 많이 쓰는 게 당연한 만큼 한ㆍ미간 전기요금 비교 결과는 미국 수준은 아니더라도 전기료 누진 구간의 상향조정의 필요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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