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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올가미에 걸리다

입력
2016.08.1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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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올가미를 걸고 달리는 두 남자를 보았다. 검은색 스판 바지 위에다 오렌지색 면 티셔츠를 걸치고, 같은 상표의 운동화를 신은 근육질의 그들과 부딪히기라도 하면 골절상을 입을 것만 같았다. 재빨리 비켜서며 나는 등 뒤로 늘어뜨린 흰빛 밧줄과 대비되는 진갈색 피부가 땀으로 번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해가 기우는 시간이었고, 인왕산 자락길에서였다. 그들은 키가 컸고, 체형에 비해 둘 다 다리가 무척 길어 보였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로 인해 마음이 급하던 내 걸음도 꽤나 빨랐기 때문에 둘은 한동안 내 시야에서 머물다가 사라졌다. 잠시 뒤 크게 휘돌아진 길을 몇 바퀴 돌던 두 사람은 다시 내 앞에서 뛰고 있었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올가미를 목에 걸고 뛰고 있었을까? 한 가지 이유쯤은 짐작할 만하다. 자신들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애쓴다는 것. 의지가 약한 나도 한계를 뛰어넘어 보려 몸부림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면 삶이 퍽 고독하게 느껴졌고, 뿌리를 끊어내고는 살 수 없는 고독한 나뭇가지들이 아픈 손가락처럼 시야에 들어왔다. 돌아보니 나의 삶은 올가미를 목에 걸고 살 만큼 절실하지 않았다. 설혹 그만큼 절실했다 하더라도 나는 목이 아닌 못에다 상징적인 올가미를 걸었을 것이다. 과거의 내가 변화의 절실함을 공표하며 목에다 올가미를 걸었다면, 그랬다면,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되었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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