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모친인 아단(雅丹) 강태영 여사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한화그룹은 이날 “강 여사가 오전 7시13분 별세했다”고 밝혔다. 강 여사는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부인으로 슬하에 김 회장과 김호연 빙그레 회장, 김영혜 전 제일화재 이사회 의장을 뒀다.
1927년 경기 평택에서 태어난 강 여사는 수원여고 졸업 후 46년 양가 어른의 소개로 김 창업주와 결혼했다. 묵묵히 김 창업주를 내조하던 강 여사는 60년대 한화그룹이 성장 가도를 달릴 때는 민간 외교관 역할도 자처했다. 당시 서울 가회동 자택을 찾는 외빈들을 위한 강 여사의 전통 한국식 식사대접은 미국 외교가에까지 소문이 자자했다.
고인은 김 창업주가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김 창업주가 천안에 북일고를 세울 부지를 놓고 고민할 당시 강 여사는 공장 부지로 사둔 천안시 신부동 땅을 제안했다.
아들 김 회장에겐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삶의 스승이었다. 81년 김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당시 29세였던 김 회장이 한화그룹을 이끌게 되자 일각에선 젊은 총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강 여사는 “아들의 사업능력과 추진력이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며 김 회장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성공회 신자였던 강 여사는 대한성공회, 성가수도회 등이 추진하는 사회 사업도 적극 지원했다. 시조에도 조예가 깊어 2005년에는 재단법인 아단문고를 통해 한국 고서적과 근현대 문학자료들을 수집해 학계에 연구자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면서도 스스로에게는 인색했다. 김 회장은 “2003년 어머니께서 희수(喜壽)를 맞아 온 가족이 뜻을 모아 잔치를 해드리려고 했으나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내 생일 잔치는 없다’며 고사하셨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3일 오전 7시, 장지는 충남 공주시 정안면 선영이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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