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쑨양/사진=연합뉴스
올림픽은 '지구촌 축제'다. 전세계의 우정과 화합을 다지는 장소다. 하지만 이번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올림픽에서는 '금지 약물 논란'으로 '신냉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날선 설전이 오가고 있다.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각국 선수단에 상대를 헐뜯는 발언을 자제할 것을 요청할 정도다.
호주와 중국 사이에는 개막 직후부터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호주의 수영 선수 맥 호튼이 "금지약물로 속임수를 쓴 선수와는 인사할 필요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중국의 수영 스타 쑨양을 비난했기 때문이다. 쑨양은 2014년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3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선수간 설전으로 시작된 논쟁이 국가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중국 수영협회는 호튼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쳥했다. 하지만 키티 칠러 호주 선수단장은 "우리는 사과할 생각이 없다"며 "호튼은 깨끗한 스포츠의 필요성에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자신의 의견이나 불만을 표현을 권리가 없다"며 자국 선수를 옹호했다. 여기에 지난 9일에는 프랑스 카미유 라쿠르가 쑨양의 금메달에 대해 "시상식을 보기 역겨웠다. 수영은 결승전마다 약물 복용 선수가 2~3명은 있는 스포츠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다"며 '도핑 논란'에 가세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러시아는 이번 대회 직전 대규모 '도핑 파문'으로 충격을 줬다. 러시아 선수들이 정부의 묵인 아래 광범위한 도핑을 시행했다는 세계반도핑기구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엔트리도 대규모 축소돼 270여명만 올림픽 출전이 허용됐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리우에 입성한 러시아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남자 수영 평영 100m 동메달리스트인 미국의 코디 밀러는 "이번 대회에서 자격이 없는 선수들 때문에 메달을 따내지 못한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영 여자 100m 금메달리스트인 릴리 킹(미국)은 율리야 예피모바(러시아)를 "도핑 괴물"이라고 칭하며 "나는 깨끗한 상태로 리우에 왔다"고 맹비난했다. 예피모바는 두 차례 도핑 적발 경력이 있다. 지난 3월에도 금지약물 멜도니움을 복용한 혐의로 임시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대회 직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의 판결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도 날카로운 신경전의 주인공이 됐다. 펠프스는 이번 대회에서 "스포츠는 깨끗해야 하며 공정한 무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펠프스를 '도핑'으로 역공격하고 나섰다. 이번 대회에서 부항 자국이 가득한 모습으로 나타난 펠프스에 대해 러시아 국영 TV는 "부황은 물리적 치료보다 근육 회복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며 "이러한 효과를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볼 때 부항은 금지약물인 멜도니움과 다르지 않다"며 펠프스를 비난했다.
AFP 통신이 "1970~1980년대 올림픽을 지배했던 미국과 러시아간 냉전 수사법이 리우올림픽에서 재등장했다"고 진단한 가운데 마크 애덤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은 "선수들은 모두 동등한 조건에서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자유를 보장 받아야 한다"며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선수들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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