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산림개발 기획부동산 업자 검거
전화상담원까지 동원 시세차익 노려
제주 제2공항 건설예정지 인근 개발이 제한된 세화곶자왈(용암숲지대)을 훼손해 토지쪼개기 수법으로 10배 가까이 수익을 얻은 기획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붙잡혔다. 이들은 100여명의 전화상담원까지 동원하는 등 조직적으로 불법투기행위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기획부동산 개발업자인 A(39ㆍ대전시)ㆍB(41ㆍ서울시)씨, 브로커 C(63ㆍ제주시)씨 등 3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산림훼손에 가담한 중장비기사인 D(49ㆍ제주시)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C씨는 평소 알고 있던 개발업자 A씨와 B씨에게 지난해 8월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된 세화곶자왈 지역인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임야 1필지(1만460㎡)를 소개하면서 토지분할과 도로개설을 통해 건축행위가 가능하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A씨 등은 C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8월28일 해당 토지를 2억7,500만원(3.3㎡당 8만6,000원)에 매입했다.
이들은 토지를 매입하자마자 지난해 9월부터 높은 가격에 매매하기 위해 산지전용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대형 굴삭기 2대를 동원해 해송 등 1,893그루를 뽑아내 불 태우는 등 1만5,784㎡의 산지를 무단 훼손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또 농업회사법인 3곳과 부동산개발업체인 주식회사 1곳을 설립해 제주 제2공항 부지 발표 다음날인 지난해 11월11일 허위 부동산매매계약서를 행정기관에 제출해 임야 1필지를 13필지로 분할한 후 전화상담원 100여명을 동원해 지난 2월17일까지 86명에게 매매를 완료했다. 매매과정에서 이들은 2억7500만원에 구입한 토지를 26억원(3.3㎡당 83만원)에 판매해 10배 가까이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토지 매입자들은 대부분 대전, 청주, 세종시 거주자들로, 이 중 75%는 주부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자치경찰단 관계자는 “농업회사법인 실체여부, 공범관계, 범죄수익금 파악하기 위해 대전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등 4곳과 시공업체 1곳에 대해 수사관 20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집행한 결과 농업회사법인은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서류상회사이고 공사대금 거래내역, 기획부동산 투기행위로 얻은 범죄수익금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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