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 예견됐던 유럽 자동차 시장의 후퇴가 현실화하고 있다.
11일 각국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주요 5개국의 지난 7월 자동차 수요는 총 83만4,56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85만1,791대)보다 2.0% 감소했다. 이들 유럽 5개국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유럽 전체 수요의 75%를 차지하며 유럽의 자동차 시장을 대표한다. 7월 실적을 국가별로 보면 독일은 27만8,866대, 프랑스는 13만2,990대로 각각 3.9%, 9.6%가 감소했다. 반면 브렉시트 당사국인 영국은 17만8,523대로 0.1% 증가했다. 또, 이탈리아는 13만6,275대, 스페인은 10만7,912대로 각각 2.9%, 4.2% 증가했다.
이 수치만 보면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은 판매량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 이들 국가가 브렉시트 결정 이전까지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소세로 전환한 것과 같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 상반기까지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은 자동차 판매가 각각 3.2%, 19.2%, 12.2%가 증가했다. 또 독일과 프랑스도 올 상반기에 각각 7.1%, 8.3%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등 이들 5개국의 산업수요 증가율은 8.8%를 기록하며 글로벌 자동차 판매를 견인해 왔다.
브렉시트 결정 등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유럽 자동차 시장의 침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현대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가 지난 7월 발표한 하반기 경영환경전망에 따르면 올 상반기 906만대가 판매되며 9.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유럽 자동차 시장은 하반기에는 773만대 판매가 예상되며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당장 지난달부터 유럽 판매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자동차업체들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미국 등 자동차 시장의 정체와 신흥시장의 판매 하락세 지속 탓에 그나마 유럽 자동차 시장 선전이 유일한 탈출구였던 차 업계로서는 이번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이달 초 유럽의 현지공장을 점검하며 유럽 상황을 진단하고 돌아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를 지탱하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7월 유럽 자동차 실적은 8%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들 유럽 5개국에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8%와 12.5% 늘어난 2만6,360대, 2만4,249대를 판매해 총 5만609대로 8.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작년 7월 유럽 주요 5개국의 시장점유율은 5.5%에서 올해 7월 6.1%로 0.6%포인트가 상승했다. 7월은 호실적을 보였지만 유럽의 현재 위기 상황을 비켜나갈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유럽에서 인기가 많은 해치백 모델인 신형 i30, K5 왜건형 모델을 비롯해 아이오닉, 니로 등 친환경차를 유럽에 선보여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이외에도 테러, 금융불안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유럽 자동차 시장은 극심한 침체가 예상된다”며 “그래도 유럽 이외에 뾰족한 수가 없어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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