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라인 꽉 막히자 직접 해결한 ‘살림꾼’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살림꾼’ 권창훈(22·수원)은 2016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시련을 겪었다. 지난 5월 열린 K리그 포항과의 경기에서 다친 아킬레스건이 좀처럼 낫지 않아서다. 6월 국내에서 열린 4개국 올림픽 대표팀 초청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그럼에도 신태용(46)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권창훈의 이름을 올림픽 최종 명단에 넣었다. 그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권창훈은 올림픽 본선을 위해 브라질로 출국할 때도 “통증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말했지만 본선 세 경기 모두 출전해 묵묵히 제 몫을 다 해냈다. 특히 활발한 움직임으로 최전방 공격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를 유기적으로 만들면서 팀의 중추로 자리잡았다.
수비가 무너질 때는 미드필더 라인을 뒤로 당겨 수비벽을 두껍게 만들고,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는 직접 한 발씩 더 뛰어 해결사로 변신한다.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마네 가힌샤 주 경기장에서 열린 C조 3차전 멕시코와 경기에서도 그랬다. 대표팀은 후반 30분까지 단 한 개의 결정적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는데, 이때 권창훈이 나섰다.
권창훈은 후반 32분 코너킥 상황에서 흐른 공을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돌파한 뒤 슈팅 기회를 만들어 직접 해결했다. 한국의 첫 유효슈팅이 결승골이 됐다.
이 날 경기 내용은 멕시코에 크게 밀렸지만 권창훈만은 위축되지 않았다. 경기 내내 활발히 움직였던 권창훈은 자신의 장기인 창의적인 플레이와 빠른 판단력으로 결승 골을 넣었다.
권창훈은 리우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던 선수다. 그는 리우에 출국하기 전 독일 선수들의 명단을 봤느냐는 말에 “봤지만 아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라며 특유의 여유를 드러냈다. 권창훈은 리우 올림픽 조별리그 1차전 피지전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자신감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증명했고, 8강 진출이 달린 멕시코전에서도 결승 골을 터뜨리며 영웅이 됐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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