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총장 퇴진” 수천명 모인 이대 “출구 찾자” 복잡한 속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총장 퇴진” 수천명 모인 이대 “출구 찾자” 복잡한 속내

입력
2016.08.11 04:40
0 0

총장 침묵에 위력 시위 나섰지만

내부선 ‘동력 떨어질라’ 대안 고민

시위 지속-농성 해제 등 물밑 논의

투쟁 지휘부 없는 탓 장기화 조짐

교수사회도 찢어져 중재 역부족

동국대 총학은 한시적 농성 시작

이화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10일 오후 서울 이대 지하캠퍼스 ECC광장에서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화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10일 오후 서울 이대 지하캠퍼스 ECC광장에서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평생교육 단과대학(평단ㆍ미래라이프대) 설립에서 촉발된 이화여대 사태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래라이프대 추진 철회로 일단락될 듯 보였던 학내 갈등은 최경희 총장 사퇴를 놓고 다시 격화돼 학생과 학교 측이 2주 넘게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교수사회까지 분열되면서 하루 빨리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관 점거 농성 14일째를 맞은 10일 오후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 3,500여명(경찰추산)은 학내에서 최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경찰력을 투입해 학생들을 위협하고 이화 정신을 훼손한 총장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최 총장의 공식 사과와 사퇴를 거듭 강조했다. 전날 학생들이 학교 측에 통보한 사퇴 시한까지 최 총장이 입장을 밝히지 않아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학생들도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총장 사퇴 외에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등 농성 해제 방안을 두고 물밑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본관에서 진행된 농성학생 내부회의(만민공동회)에서 한 학생은 “박수를 받으면서 물러나는 전략을 짤 필요가 있지 않느냐. 만약 학교 측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학생들의 동력이 약해지면 지금까지의 비판 의식이 묻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라이프대 설립이 백지화한 상황에서 시위를 지속해야 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최 총장의 사퇴 거부에 대비한 소위 플랜 B를 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록 소수 의견이긴 하나 소통 없는 현재의 갈등 국면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졸업생은 “미래라이프대 설립이 좌초된 것은 사업을 일방 추진한 학교를 비난하고 학생들을 옹호하는 여론의 지지 덕분인데 현재 논의 구조는 불통을 고수했던 학교 측의 행태와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물론 대다수 학생들은 ‘총장이 사퇴를 계속 거부할 경우 해산이 아니라 (농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며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10일 오후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교내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화여대 학생들이 10일 오후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교내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더해 교수사회마저 입장이 갈리며 분열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당초 양측 중재에 나섰던 교수협의회는 “학생들과 만나 신뢰 회복에 힘쓰지 않는 총장의 행보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최 총장을 정면 비판했다. 반면 단과대 학장단은 이날 호소문을 내고 “초기 요구 사안이 완수된 만큼 학업에 집중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다.

빠른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양측이 협상 카드를 갖고 대화할 창구가 마련돼야 하지만 평단 반대 투쟁이 구심점 없이 진행돼 온 탓에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학생회 등 학생들을 대표해 책임을 갖고 협상에 임하는 주체가 없어 사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와 학생 모두 감정싸움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대화와 합의를 통해 타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학내 중대 사안을 결정할 때 구성원이 고루 참여하는 기구를 상설화하는 등 소통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에서 시작된 평단 갈등은 동국대로 번졌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평생교육 제도가 있는데도 학교가 평단 사업을 새로 시작하려는 것은 학령인구 감소에 뒤따르는 등록금 손실분을 보장하기 위한 의도”라며 이날부터 13일까지 단기 농성에 돌입했다. 동국대는 치안과학융합학과, 케어복지학과 등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해 평단 사업 대학으로 지정됐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