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8월 11일
이슬람 근본주의자 테러조직 ‘알 카에다(Al-Qaeda)’가 1988년 8월 11일 출범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소련군과 아프간 친소 정부군에 저항하던 준군사조직 무자헤딘과 이집트 지하드, 그들 단체에 자금과 무기, 지원자를 모집해 대원을 훈련시키던 사우디아라비아의 거점 조직 마크탑 알 키타맛(MAK, Maktab-al-Khidamat)의 지휘부가 소련군 철수 이후의 이슬람 사회 보위를 목적으로 결성한 조직이었다. 그들은 원리주의와 실전 경험으로 무장한 군대와 무기, 자금력을 기반으로 대소 성전 이후 아랍 사회의 새로운 칼리프시대를 열고자 했다. 그들은 후원자였던 세속주의ㆍ민족주의 이슬람국가와 그들 국가에 영향력을 미치는 기독교-유대교 국가들로 총구를 돌렸다. 그 지도자 중 한 명이 사우디 출신의 재력가 오사마 빈 라덴이었다.
80년대 이른바 돌풍작전(Operation of Cyclone)을 전개하며 사우디와 파키스탄 등을 통해 무자헤딘과 MAK에 돈과 무기를 지원하던 미국은 소련군 철수 이후 당연히 발을 뺐다. 지원이 끊긴 조직 내에서 4억 달러에 이르는 재력가 라덴의 영향력은 커져갔다. 89년 MAK의 라이벌이던 압둘라 아잠이 암살된 이후 그는 실질적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미국 주도 다국적군의 개입으로 확산된 걸프전은 알카에다가 미국을 주적으로 삼게 된 전환점이었다.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의 수호국 사우디에 미군이 주둔하는 상황에 맞서 그들은 반미 성전의 단일 깃발로 뭉쳤고, 아프간과 파키스탄 이라크 수단 등지에 테러리스트 양성캠프를 운영하며 본격적인 반미 테러에 나섰다. 98년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탄 테러, 2000년 예멘 주둔 미 군함 폭파 테러, 2001년의 9ㆍ11테러, 이듬해의 발리 폭탄테러…. 민간인 납치와 살해, 인질 거래도 잇달았다.
9ㆍ11 이후 조지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은 알카에다의 조직력에는 효과적인 타격을 가했다. 2011년 라덴을 비롯, 핵심 인물들이 잇달아 사살되면서 알카에다는 급격히 무력화했다. 하지만 그 세력의 빈 자리에서 더 가공할 테러단체 ‘IS(이슬람 국가)’가 탄생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유전 일부를 장악하고 군대까지 보유한 그들의 전신은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에 불과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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